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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구슬땀이 물거품" 철수보다 두려운 도산위험

[메트로신문 정은미·오세성 기자] "정부는 기존 대출 상환을 유예하고 만기를 연장한다는 얘기만 하는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10여 년 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게 됐어요. 기업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는데, 오늘까지 정부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어요."(개성공단 입주 A업체 관계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철수가 11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4년 12월 가동 이후 약 12년만이다.

124개 입주기업들은 연 6000억원이 넘는 생산액 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또 거래처 손실 등 무형의 피해액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보상대책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 속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협회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개성공단에서 전기부품을 조립하는 B업체 관계자는 "2005년부터 입주해 2013년 중단 상태도 겪었지만 정치와 경제는 따로 보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고 공단에 남아있었다"며 "다음주 거래처에 납품을 해야 하는데 재고가 부족해 맞추지 못하게 됐다. 그냥 막막할 따름"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속옷과 양말을 만드는 C 업체 대표는 "(정부가) 빼라고 했으니 빼는데 특별한 대책도 없고, 곤욕스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개성공단에 투자한 시설과 공장이다. 한번 지은 공장은 되돌리가 어렵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공단 건설 및 설비 투자금액으로 지난 10년간 약 1조2600억원을 썼다.

개성공단에서 신발 완제품을 생산하는 D 대표는 "정부가 은행 대출과 경협보험 운운하는데…. 기업사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현재 시급한 것은 완제품을 비롯해 원부자재, 기계장비를 신속히 갖고 나오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트럭 한 대만 허용하는 지금의 차량과 인력으로 어느 세월에 다 제품을 가져오느냐"면서 "회수율이 30%에 채 못 미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개성공단에 1개 회사당 트럭 1대, 사람 2명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없다는 게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공통된 얘기다. 게다가 개성공단에는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물품 회수 등에 필요한 신고 조치도 제대로 처리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업 중단이나 자산 몰수보다 더 큰 피해는 제 때 납품하지 못해 생기는 고객 업체들의 클레임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절반이 넘는 58%가 섬유업종이고 기계금속, 전기전자 업종 순이다. 이들 대부분이 고객사 제품을 임가공하거나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 간 거래(B2B)를 한다.

E 패션 업체 대표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 거래처 이탈은 뻔하다"며 "(2013년 가동 중단에도) 끊어져 다시 돌아오지 않은 거래처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때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을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3차 협력사 피해나 고객사 클레임까지 감안할 경우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액은 최대 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이 중단된 후 공장을 어디로 이전할지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희망 기업에 한해 공장 대체 부지를 마련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1인당 임금은 월 16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정책은 끼워 맞추기식에 불과하다는 게 개성공단 입주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용도 문제다.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남측 주재원들과 남측에서 개성을 드나드는 직원은 3000여명이다. 공단 폐쇄가 장기화되면 이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부 업체를 제외한 입주기업들은 도산 위험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발표 이후 1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조치에 불만을 표시하며 재고, 설비 등 입주기업의 재산 피해가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갑작스런 공단 중단으로 인해 만들어 놓은 완제품의 1%도 회수하지 못한 기억이 있다"며 "정부는 입주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려면 최소 1~2주라도 입주기업에게 제품을 빼고, 시설을 손볼 수 있는 등 시간을 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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