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IB 부총재 확보…한국인 진출 교두보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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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한국이 중국 주도의 첫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5명의 부총재 중 한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한국인의 AIIB 사무국 진출을 위해 한국인 부총재를 중국 측에 요청한 바 있다. 역대 차관급 이상의 경력자 중에서 부총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 독일,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5개국에서 부총재가 나올 것이라며 한국 출신 부총재는 리스크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AIIB 지분율 5위다.
SCMP에 따르면, 5명의 부총재 중 독일인 부총재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미국의 동맹이면서도 서방국가 중 가장 먼저 AIIB 가입을 선언한 영국에서 나올 부총재는 회의 준비를 비롯한 커뮤니케이션을 맡는다. 서방국가들 중 지분율 3위인 러시아와 7위인 프랑스 등은 부총재를 확보하지 못해 반발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중국에 이어 지분율 2위인 인도에서 나올 부총재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는다. 지분율 8위인 인도네시아의 부총재는 최고행정책임자(CAO)를 맡는다. 아시아 출신 부총재가 반을 넘으면서 AIIB는 서방 주도 국제금융기구와는 확연히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서방의 비율이 높다.
부총재 후보의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SCMP에 "진리췬 총재가 부총재 후보 명단을 공식적으로 이사회에 제출해 회원국들로부터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IIB는 부총재의 자격조건으로 국제금융기구나 다국적 은행 경력이 20년 이상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AIIB 가입 당시 한국내에서는 차관급 경력자 중에서 후보들이 거론된 바 있다.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은성수 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등이다.
한국은 앞서 지난달 AIIB 출범과 함께 12명의 이사 중 한자리를 확보한 상태다. 한국인 부총재까지 확보할 경우 한국인이 AIIB 사무국에 진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AIIB 부총재가 한국에서도 나와야 AIIB 사무국에 이코노미스트와 뱅커 등 한국인 진출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IB 출범식에 참석한 유 부총리는 이를 위해 진 총재와의 면담에서 한국인 부총재 선임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AIIB는 출범 첫해인 올해 5∼10개 아시아 개발프로젝트에 5억∼12억 달러를 대출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대출 규모는 매년 73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유 부총리는 "AIIB가 앞으로 많은 사업을 할 것이고, 한국은 그 사업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