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년 만에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의 영향이 주요 원인이다. 장기불황으로 내수경기 침체를 맞은 대한민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광객까지 줄어들자 비상경영으로 대응했다. 정부 주도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각 기업은 해외직구보다 저렴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의 주요 쇼핑지인 시내면세점도 확대했다. 2월 1일 부터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외국인 부가세 즉시 환급제'가 도입된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에도 한 걸음 물러서 구경만 하는 자들이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다. '프리미엄'과 '브랜드 파워'로 무장한 해외명품은 한국의 내수진작을 위해 온 힘을 쏟을 때 콧대만 높이고 있다. 심지어 샤넬·루이비똥·에르메스 등의 인기 명품 브랜드들은 신규면세점 입점을 '미끼'로 기업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자신들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일부 해외명품이 신규 면세 사업자들 중 매출이 가장 높은 한 곳에만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활성화를 외치며 각종 정책을 내놓은 정부도 해외명품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체면을 구겼다. 신규 사업자들은 거만한 해외명품의 태도에 마음이 상할 대로 상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패스트푸드 점유율 1위인 '맥도날드'가 '롯데리아'에 밀리는 나라다. 토요타의 점유율이 현대·기아차보다 낮다. 아이폰이 국내에서 갤럭시를 누르지 못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원치 않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국내 기업의 마케팅과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 외제차와 해외명품을 경제발전을 막는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높은 세금를 적용한 것은 현재까지 외국기업의 국내 성공이 힘든 이유 중에 하나다. 경제위기를 직면한 대한민국 정부는 '경기활성화'라는 목표를 다시 정했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참여해 힘을 모으는 시기에 자신의 이름 값 높이기에만 신경 쓰는 일부 브랜드들의 결과가 좋을 것 같지만은 않다.
면세사업자 한 고위 관계자는 "면세점만으로 명품 브랜드 설득이 어렵자 최근 정부의 한 고위인사가 자신이 직접 해외명품 사업자를 설득해 보겠다고 나섰다"며 "그럼에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관세법을 개정해서라도 해외명품 브랜드에 불이익을 줘야하지 않겠냐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