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초로 등장한 메신저 '위비톡'에 대한 시선이 갈리는 분위기다. 메신저계의 거대 공룡인 카카오톡과 차별화된 신기능을 추가해 호평을 받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이용자가 적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치열한 핀테크 경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뱅크 '위비뱅크'를 출시한 데 이어 각종 신상품 출시와 서비스 개발로 핀테크 시장의 우위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위비톡은 위비뱅크의 이용빈도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지난 1월 6일 출시됐다.
◆위비톡만의 '신기한 신(新)기능'
위비톡을 스마트폰으로 다운 받아 실행하면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치는데, 현재 위비톡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가입 완료 후에는 휴대폰에 연락처가 등록돼 있는 지인 가운데 위비톡에 가입한 친구가 자동으로 등록된다.
위비톡에만 있는 신기능으로는 ▲펑메시지 ▲캡슐메시지 ▲귓속말 ▲메시지회수 등이 대표적이다. '펑메시지'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상대방에게 말을 한 뒤 1초에서 90초까지 특정시간을 지정하면 펑 하고 사라진다. '캡슐메시지'는 1~60분을 선택해 보내는 예약 메시지다. 상세설정을 누르면 날짜와 시간까지 선택할 수 있는데 지인의 생일이나 이벤트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귓속말' 기능은 여러명이서 대화하는 단체 대화방에서 친구에게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메신저에서는 단체 대화방에서 개인에게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단체 대화방에서 나와 새롭게 대화방을 개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귓속말기능을 사용하면 따로 대화방을 개설할 필요 없이 단체 대화방에서 귓속말대상자를 선택한 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메시지 회수'는 4가지 기능 중 유용하다고 손꼽히는 기능 중 하나다. 메신저가 발달하며 꼭 한 번 겪는 실수가 메시지를 잘못 전송하는 경우다. 상대방이 아직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을 때 내가 보낸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어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 밖에 모든 이모티콘이 무료로 제공되며 글자크기도 조절할 수 있다. 보통 스마트폰에서 글자크기를 조절하면 메신저 뿐만 아니라 일괄적으로 적용되는데, 위비톡은 메신저에서만 글자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 또한 위비뱅크와 연계돼 대화를 하다가 금융거래를 하고 싶으면 상단의 위비뱅크를 클릭해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금융 메신저인 위비톡만의 장점이다.
◆기능은 좋은데…
기자가 이용해 본 결과 위비톡은 메신저로서의 기능은 거의 다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부족한 기능도 있었다.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보이스톡, 페이스톡, 선물하기, 뱅크머니 등의 기능을 비롯해 대화방에 속한 인원끼리 투표를 하는 등의 기능이 없었다.
또한 금융메신저로서의 정체성도 모호하다. 위비톡에 가입하면 우리은행을 친구로 추가할 수 있는데, 우리은행과의 대화에서는 신기능 연습만 가능할 뿐 개별적인 대화 기능은 없다. 즉 메신저를 이용한 금융 문의나 서비스 등을 직접 이용할 수 없고, 위비뱅크로 이동해야만 금융 기능이 가능하다.
오는 6월 계획 중인 오픈마켓 방식의 모바일쇼핑몰 '위비장터'가 개설되면 금융메신저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위비장터는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자영업자들이 자사 상품을 홍보할 공간을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구매자와 연결해주는 시스템으로, 위비톡을 통해 구매와 상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위비톡이 아직까지 완벽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용자가 적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자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에는 310명의 친구가 등록돼 있다. 하지만 위비톡에 가입 후 등록된 친구 목록에는 은행 관계자 외에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메시지를 지우고, 예약문자를 보내는 등의 신기능을 친구 없이 '혼자' 연습해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우리은행은 최근 카쉐어링 앱인 '쏘카'와 제휴를 맺고 지난 11일부터 위비톡을 다운로드한 전 고객에게 쏘카 3시간 무료이용쿠폰을 증정하는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출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입자수를 밝히기는 애매하지만 지금까지도 각종 홍보와 이벤트를 해왔고 계속해서 다양한 홍보를 해 나갈 것"이라며 "2월 중에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위비톡을 선보일 예정이며 PC버전도 출시해 고객들이 더욱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