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는 태평양을 어떻게 건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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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프랑스 폴리네시아의 지카 바이러스가 태평양을 건너 브라질로 퍼졌다는 추정이 나왔다고 연합뉴스가 28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을 인용해 전했다. 대양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무용지물이라면 한국도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오스왈도 크루스 재단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 원인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년 6월에 내놓았다. 연구진은 브라질 모기에서 채취한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는 아프리카, 동남아, 태평양 섬지역과 달리 애초 지카 바이러스가 없다가 작년 5월 이후에 급속도로 확산했다. 연구진은 브라질 사람뿐만 아니라 브라질에 사는 주요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어 전염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에 유입된 계기로는 2014년 6~7월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이 지목된다.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의 연구진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중 수만명이 운집한) 월드컵 때 새 바이러스가 들어왔다는 게 하나의 타당성 있는 가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과학자들 가운데는 같은 해 8월 브라질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세계선수권대회 때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 대회에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4개 팀이 출전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선수단 구성원들이 브라질 모기에 물리면서 전염의 시발점이 됐다는 추정이다.
올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지구촌 최대의 종합스포츠축제인 하계 올림픽이 예정돼 있다. 대형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각종 바이러스가 지구촌 전체로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소두증이 창궐하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은 올해 8월에 미국에서만 20만명이 올림픽을 보러 리우데자네이루로 여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경계했다.
한편, 브라질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시인하면서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르셀루 카스트로 보건부 장관은 현지신문 폴하 데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모기와의 전투에서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브라질 정부는 병력 2만2천명을 동원해 집집마다 들러 모기를 퇴치하는 작업을 돕고 있으며 임신부 40만명에게 모기 퇴치제를 나눠주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