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이 아닌 '돈'으로 유럽사냥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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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를 흔들었던 이란이 이제는 돈으로 유럽을 휩쓸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로 17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돈 보따리를 풀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열고서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등 양국 간 대규모 계약에 합의하고 부문별 협정 체결식을 지켜봤다.
이란은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에서 118대의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구매액은 250억 달러(30조1500억 원)에 달한다. 압바스 아쿤디 이란 교통장관은 새로 사들이는 항공기는 모두 국영 이란항공에서 운항하지만, 다른 기업의 항공기 구매도 정부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앞으로 500대의 새 비행기가 필요해 에어버스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 PSA 푸조 시트로앵은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서방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 푸조는 이날 이란 자동차업체 코드로와 4억 유로(약 5300억원)를 투자해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계약했다. 푸조는 현지 합작 법인에서 내년부터 매년 자동차 20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과 프랑스 국영철도(SNCF)도 이란과 계약을 체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과 프랑스 간 새로운 장이 열렸다"면서 양국 간 관계개선을 환영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새로운 양국 관계는 이란이 핵 합의를 지키는 데 전적으로 달려있다"면서 프랑스, 미국 등과 이란 간 체결된 핵 합의 준수를 요구했다. 중도 개혁파로 꼽히는 로하니 대통령은 서방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풀리자마자 17년 만에 5일 일정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방문하는 유럽 순방에 나섰다. 프랑스에 앞서 이탈리아에도 고속철 건설 계약 등 170억 유로(약 22조1000억원)의 계약 선물을 줬다. 유럽은 경제 제재 이전까지 이란의 최대 교역 파트너였으며 현재 76억 유로 수준인 교역 규모를 제재 전의 280억 유로까지 끌어올리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