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사회학, 통신공학(석사)을 공부했다. 한국정보통신(주)팀장, 현대그룹 그룹홍보실 부장, 오리온 홍보실 실장 역임.
[박종국의 경제이야기] 과자회사의 과대포장을 빗대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주더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제는 세금을 냈더니 휘발유, 소주, 맥주가 따라 왔다고 고쳐도 될 듯 하다.
2015년 7월초 국제 원유가격(두바이유)은 1리터당 428.5원에서 6개월만인 2016년 1월18일 2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가격은 1584.6원에서 18일 판매가 평균으로 1382.5원이다. 고작 200원 내렸고 12.7% 떨어졌다.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공장출고 휘발유가격이 1리터에 100원을 한다해도 국내 휘발유가격은 고정으로 매겨진 세금 (830원)과 정유사·주유소의 마진(100~150원) 등으로 1000원 이하로는 내려갈 수 없다.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 사이트를 보면 1월 1주차 휘발유가격은 공장출고가(세금매기기전) 443.57원이다. 여기에 교통세 529원, 교육세(교통세의 15%) 79.35원, 주행세(교통세의 26%) 137.54원, 부가세(공장도 가격+교통세+교육세+주행세= 합계금액의 10%) 118.99원이 더해지면 세금만 864.88원 이다. 공장출고(세금부과전) 443.57원 + 세금 864.88원 = 1308.92원이 나온다. 여기에 정유사와 주유소의 이익금의 차이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2013년만 해도 유류세(휘발유 기준) 비중은 44.66%였다(원유가격 폭등으로 휘발유 공장출고 가격이 세금보다 조금 높았음). 그때만 해도 OECD 평균(50.12%)을 밑도는 수치였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가격과 상관없이 고정으로 붙는 세금구조로 인해 유류세 비중은 66%선(1월18일자 휘발유가격 1308.92원에서 세금 864,88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휘발유 공장도 가격(세금부과전)이 400원대에서 300원으로 떨어지게 되면 세금비중은 74%를 차지하게 된다.
1000원어치 물건을 사면서 세금이 740원이란 얘기다. 세금을 내니 휘발유를 덤으로 받게 되는 꼴이 된다.
소비자들의 기름값 불신이 커지자 한국주유소협회는 회원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을 시작하며 "휘발유 5만원 주유 시 세금은 3만50원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회장은 "담배 가격의 74%, 술의 53%, 휘발유의 60%이상이 세금인 상황"이라면서 "술, 담배, 기름 등 성인들이 많이 애용하는 개별 품목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지금 국가가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회장은 "우리나라가 소득불평등이 굉장히 악화돼서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국가가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거둬서 없는 사람한테 나눠주는 그런 정책을 써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세금을 더 부담하는 이른바 소득의 역진성을 지적했다.
소주도 휘발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세금부과 전 500원 소주(병값 100원 등이 포함된 가격) + 주세 360원 (출고가72%) + 교육세 108원 (주세 360원의 30%) +부가세96.8원 (968원의 10%)= 1064.8원이 된다.
소주 한병 사면 56% 인 564.8원이 세금이다.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에탄올)에도 주세가 붙으니 실제로 휘발유의 세금과 동급수준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유류세 인하와 관련하여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관세(3%)와 부가세수입 축소( 공장도 출고가격이 내려가므로)를 걱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는 유류세를 낮출 의사가 없는 것이다.
작년 초 정부가 국민건강과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한다며 담배값을 인상하겠고 했을 때는 도덕적인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서민들이 가장 많이 쓰고 마시는 휘발유와 술값에 지나치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이럴거면 어린이의 건강을 지키겠다고 과자에도 휘발유와 술에 매기는 세금을 적용하는 건 어떨까란 생각마저 든다.
<객원논설위원>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