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공공미술작가 '예술성 없다' 퇴짜…불신받는 지자체 심의
서울 청계광장 공공미술작품인 스프링 앞에 지난 겨울 행사 전광판이 설치된 모습 사진=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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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공공미술 분야에서 국제적 지명도를 가진 A작가는 지난해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작품이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미술 심의위원회로부터 '예술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황당한 경험을 한 작가가 자신만이 아니라고 했다. 실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떨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지자체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작가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은 심의위원들이 문외한이 아니라면 쉽게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다. 다른 이유도 아닌 '예술성이 없다'는 퇴짜를 맞았다면 심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 공공미술은 안목이 높아진 건축주의 까다로운 선택을 거친다. 사유건물이 아니라면 공모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국 사회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진 결과 작품들의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러나 수준 높은 작품도 대중성이라는 코드에서 벗어나면 지자체 심의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축주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 대신 안전하게 심의를 통과할 만한 작품을 선택한다고 한다. A작가는 "공공미술의 하향평준화"라고 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A작가처럼 지자체의 공공미술 심의결과에 대해 불신하는 작가들이 많이 만난다"며 "공정한 심의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A작가는 각 지자체에 있는 국공립미술관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누구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공무원들이기에 불공정 시비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작품에 대한 이해도는 작품 선정 단계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작품을 유지 관리하는 데서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청계광장에 자리한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인 '스프링'이다.
스프링은 2006년 세워질 당시 밀실 선정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뜨겁던 관심이 식자 이제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소라 모양의 이 조형물 앞에는 바짝 붙어 서울시 행사의 전광판이 설치됐다. 작품의 일부인 소라 조형물 앞 분수대는 전광판의 받침대로 전락했다. 서울시 담당자도, 유지 보수를 위탁받은 측에서도 분수대가 작품의 일부인 줄 몰랐다고 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지자체에게 허가권한이 주어진 상황에서 심의제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또 다른 행정규제일 뿐이다. 또한 부실관리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