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사회학, 통신공학(석사)을 공부했다. 한국정보통신(주)팀장, 현대그룹 그룹홍보실 부장, 오리온 홍보실 실장 역임.
구본무 회장은 1995년 럭키금성그룹회장으로 취임했다. 구회장은 회사명을 럭키금성그룹에서 LG그룹으로 바꾸는 첫 작업을 했다. 국제화에 맞게 기업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LG하면 떠오르는 그룹이 삼성이다. 두 그룹은 사이가 좋은 그룹이었다. 故 구인회 엘지그룹창업주와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고향사람이자 사돈지간이다. 동양방송(TBC)을 5대5로 투자해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이 가전사업을 하면서 둘 사이는 틀어지게 됐다. 그때부터 줄곧 엘지와 삼성은 라이벌로 서로 으르렁 거렸다. 엘지가 만들면 바로 삼성이 치고 나오고 삼성이 치고 나가면 LG가 다시 덤벼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는 구본무 엘지그룹회장에게 압력을 넣어 LG반도체를 포기하게 했다. 구회장은 "모든 걸 포기했다"는 말을 남기고 회사를 매각했다. 전경련에도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반도체를 잃은 LG그룹은 그때부터 삼성과 그룹외형에 차이가 났다.
물론 구회장이 취임하고 그룹매출이 30조원대에서 150조원대로 5배가량 성장했다. 그룹 매출의 3분의2(100조원)를 해외에서 올렸다. 직원수는 10만명에서 22만명으로 늘었다. 시가총액도 10배 늘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애플과 함께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됐다. 삼성그룹의 매출은 이미 3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물론 엘지도 가전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었지만 말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3대 핵심 사업과 에너지·소재부품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선택했다.
LG그룹은 삼성과 다르게 인수·합병 보다는 합작을 선호해왔다.구인회 회장이 사업을 할때 사돈인 진주 갑부 허만정(LG그룹 공동창업자이자 GS그룹의 설립자)의 재무적 투자로 LG를 만들었다. 최근에 LG와 GS그룹으로 헤어졌지만 두 그룹은 아직도 끈끈한 우정을 지키고 있다. 또 구회장은 네덜란드 필립스와 합작해 LG디스플레이를 세웠다. 엘시디(LCD) 패널과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이다.
엘지화학은 2차전지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rechargeable battery)를 만들어 현대차, 미국의 지엠(GM), 포드 등 세계적 자동차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엘지전자는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제품 세계1위 기업이 됐다. 엘지텔레콤, 엘지데이콤, 엘지파워콤 을 합쳐 엘지유플러스로 바꿨다. 시장점유율을 10%대에서 20%로 올렸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빅딜로 시작된 재계 간 그룹빅딜은 막을 내렸다. 한때 삼성그룹의 가장 막강한 경쟁회사였던 엘지그룹은 조용했다. M&A (인수·합병)은 LG의 스타일이 아니고 기업 전통도 아니다. 선대 때부터 내려온 동업자를 존중하고 한번 내 뱉은 말은 철저하게 지키는 집안 전통이 있어서다.
처음으로 엘지그룹은 대우건설인수를 추진했지만 형제기업에 가까운 GS그룹이 참여하자 그만 뒀다. 얼마 전 LG화학이 동부팜한농과 LG하우시스가 독일의 소재회사인 "호르슈크"인수를 검토한 것이 전부다. 두 회사 인수금액을 합하면 1조원이 된다. 물론 자잘한 기업을 계열사에서 사들인 건 제외하고 말이다.
다시 한번 LG그룹의 삼성그룹을 향한 반격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세계자동차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삼성과 에플의 경쟁은 스마트폰에서 시작해 스마트TV로 옮겨갔다. 이제는 자동차로 옮겨가고 있다. 애플은 구글과 스마트카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기능은 기본이고 거기에 친환경이 더해진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있다. 배터리와 그와 관련된 기술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GM은 2017년 시판을 목표로 하는 주행거리 320km의 전기차 볼트(BOLT)를 발표했다. 이 차에는 LG가 만든 구동모터와 배터리 등 11가지 핵심부품이 들어간다.
삼성SDI는 2차 전지 분야 세계 제1기업이고 바로 그 뒤를 LG화학이 무서운 기세로 쫓고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도 독일과 미국을 오가며 자동차 회사 오너들을 만나고 있다. 삼성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관련업계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라이벌 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자회사인 아우디가 1회 충전에 500Km 이상을 주행한다는 콘셉트카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 파트너로 삼성SDI와 LG화학을 선택했다.LG화학은 미국 공장에 이어 중국 남경 공장에 연간 1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이 가능한 배터리 공장을 준공해 내년부터 생산한다고 한다.삼성SDI는 지난 5월 세계적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용 배터리 팩 사업을 인수해 SDIBS(삼성SDI 배터리시스템스)를 세웠다.차세대 먹거리로 성장 중인 전기차 배터리는 10년 내 엄청난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엔 LG화학, 삼성SDI,일본, 파나소닉이 있다.
또 관련 자동차 사업의 핵심 기술을 누가 앞서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룹의 운명이 걸려있기도 하다. 삼성과 애플의 잰걸음 뒤에는 LG그룹이 무섭게 뒤를 쫓고 있다.
삼성은 애플의 스마트폰을 뒤따라 성공했고 다시 애플은 전기차와 스마트카에서 삼성과 싸움을 준비하지만 가장 강력한 기업은 LG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은 겉치레보다 내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언론사 행사에 나올 때도 다른 재벌회장과 달리 비서한명이 전부다. 대한민국 2~3위 그룹 총수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탈하다. 그가 조용히 준비한 삼성과의 라이벌전이 조만간 세계무대에서 펼쳐 질것이다.
옛날처럼 두 그룹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져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