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삼성, LG, GS, 한화 등의 인사가 마무리됐다. 주요 그룹 가운데 SK와 롯데는 이달 중순에 현대차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말인사는 경제 저성장 기조에 맞춰 소규모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외 경제 동반침체 여파로 재계가 인력 규모를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며 다운사이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4일 단행된 삼성의 임원 승진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잘 나타난다. 삼성의 이번 임원 승진자 수는 294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47명 이후 최소 규모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이 위기를 절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기업들의 인사 역시 최소한의 경우만 교체하고 인사의 폭을 가급적 줄이는 방향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성탄절인 12월 25일을 전후로 정기 인사를 시행해 왔던 만큼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실적 부진에 따른 인사를 이미 실시해 인사 폭이 작을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예상이지만 오는 9일 선보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모델인 '제네시스 EQ900'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관련 부서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한 승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 8월 사면복권돼 경영일선에 복귀함에 따라 대규모 CEO 이동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분석도 있지만 대부분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정호 SK주식회사 C&C 사장 등 주력 계열사 CEO가 새로 임명된 것이 지난해인 데다 '작은 인사'를 추구하는 올해 재계의 보수적인 인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다만 그룹의 신사업 분야로 낙점된 ICT 분야에서 어떤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고 어떤 인물이 중점적으로 부각될지 주목되고 있다. 때문에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의 인사 명단에 관심이 쏠려 있다.
형제의 난이 진행중인 롯데그룹은 경영권을 놓고 신동빈, 신동주 형제간 분쟁이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주요계열사 사장단인사를 최소화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왔다. 정책본부를 비롯해 핵심 임원진은 대부분 유임시킬 예정이다.
해마다 3월 주주총회에 맞춰 임원인사를 한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초 취임한 뒤 인사 시기를 연초로 앞당겼다. 성과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하고 업무 추진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 1월 28일 포항·광양제철소장 등을 교체하는 임원인사를 한 포스코는 이번에도 내년 1~2월에 정기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7월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할 때 예외적으로 수뇌부 핵심 인원에 대한 인사까지 단행했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는 큰 폭의 교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효성은 매년 1월 중순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왔다. 그러나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회장과 아들 조현준 사장 등에 대한 선고가 내년 1월8일로 예정돼 있어 인사 시기가 좀더 늦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박삼구 회장은 12월 30일까지 금호산업 경영권지분 인수대금 7228억원을 완납해야 한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새로운 지주회사로 금호기업주식회사를 설립한 상태라 인수대금 납입 후 대대적인 그룹 재편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진그룹의 주력 관계사인 대한항공은 매년 12월 말에 정기인사를 했지만 작년에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올해 2월에서야 인사를 했다. 대한항공이 올해 연말에 인사를 단행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인사를 보면 기업들의 국내외 경기 상황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 주요 그룹들이 경기불황 및 불안정한 대외변수 등의 부담에 인력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최소한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