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흙수저'라는 자조적인 언어가 한국 사회에 떠돌고 있다. 개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에 따라 더 갖게 되는 불평등을 꼬집은 것이다.
부모의 든든한 재력이 없으면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에 젊은이들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수저 계급론에는 가진 자의 책임보다는 불법과 편법 등을 더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한국 사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소아과 전문의 프리실라 챈 부부는 금수저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저커버그 부부는 '교육과 질병 퇴치, 공동체 형성' 등을 위해 활동할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고 여기에 자신들이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 99%를 생전에 기부할 뜻을 밝혔다. 이는 현 시가로 따져서 450억 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해 천문학적인 부를 쌓아올린 저커버그 부부는 개인의 안락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인류사회에 대한 공헌과 딸에 대한 사랑으로 거의 전 재산을 기부했다.
미국에서 이 같은 기부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빌 게이츠는 45세 때 전 재산의 95% 기부를 약속했고 워런 버핏 역시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들의 행동을 보며 한국 사회의 금수저의 행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대표적인 금수저로 불리는 한국 재벌들의 경우 사회공헌을 위해 보유 재산의 상당 부분을 기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기업의 경우 자녀 출생 기념으로 주식을 선물하기도 하며 올 연말인사에서도 오너가의 3·4세 승진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재벌들이 그간 쌓아온 부의 축적 방식을 단순히 비교하기 어렵겠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재벌들도 개인의 안락함을 넘어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