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LG그룹으로 시작된 주요 그룹의 연말 인사가 중반부로 넘어가고 있다.
올해 주요 기업의 인사 방향을 살펴보면 지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 생존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의지가 엿보인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LG와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이달 1일 삼성과 GS그룹 등이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지금까지의 주요 그룹 인사를 보면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 조정이나 상대적으로 젊은 인재를 전면에 내세운 세대교체가 눈에 띈다.
가장 먼저 인사를 실시한 LG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지주사인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시키고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겼다. 소재부품,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을 찾아내고 관련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역할이라는 게 LG 측 설명이다.
또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후임에는 LG화학 배터리사업을 진두지휘하던 권영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뒤 앉혔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서 자동차 배터리 OLED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권 신임 부회장은 '만년 3위'인 LG의 통신사업을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이끄는 임무를 맡게 됐다.
현대중공업도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상무가 30대 중반에 전무로 승진하는 등 세대교체에 속도를 냈다. 신규 상무보 선임자 57명 가운데 40대가 거의 절반인 28명을 차지할 정도로 지속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도 주력사업 리더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주요 부문 대표를 그대로 유임 조치했지만 겸직을 떼고 기존 사업에 변화를 줄 리더를 새롭게 발굴했다.
고동진 사장 내정자가 대표적이다. 갤럭시의 총책임을 맡은 고 사장은 갤럭시S6, 갤럭시노트5와 삼성페이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IM부문 사장으로 발탁돼 무선사업부를 맡아 삼성 무선사업의 제2의 도약을 이는 중책을 맡게 됐다.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은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보임해 삼성SDS가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추진하는 솔루션 사업을 조기 전력화하고 솔루션·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새 임무를 부여받았다.
아울러 지난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아온 고한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새 먹거리인 바이오 산업에 무게를 실었다.
5대 그룹 중 앞으로 남은 현대차와 SK, 롯데의 인사 역시 세대교체 바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토종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월 중국사업부문의 경영진 인사를 먼저 단행했다. 연말에는 새로 론칭하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본격적으로 띄우기 위한 개발부서 등의 승진 인사가 전망된다.
SK그룹도 소폭 인사가 예상되지만 일부 계열사 CEO의 경우 재신임을 받아야 할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장기 불황 속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그룹들의 고민이 엿보인다"며 "앞으로 이어지는 다른 그룹들의 인사도 비슷하게 진행될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