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국내 은행 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산 증가율을 기록했다. 11월 기준 총자산은 5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 누적 순이익도 2816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40.2% 늘었다. 최근에는 생명보험회사를 인수하는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며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DGB지주의 전신인 대구은행은 지난 1967년 '최초의 지방은행'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시작한 대구은행은 설립 44년 만에 지주사로 전환해 부산은행에 이어 지방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지역밀착형 종합금융그룹'을 내세우며 탄생한 DGB지주는 지역민과 지역기업의 금융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지주사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DGB대구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대구은행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에 지주 체제 전환 후에도 지방은행의 설립 취지에 따라 지역과 중소기업을 위한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며 "현재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은행과 지주 포트폴리오의 7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vs 부산은행' 40년 경쟁
DGB지주는 지난 40년간 부산은행과 지방은행 양대산맥으로 불리며 경쟁해 왔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2011년 5월 17일 대구은행, 대구신용정보, 카트넷 등 3개의 자회사를 두고 출범했다. 두 달 앞서 부산은행은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BS지주로 전환해 대구은행은 부산은행에 '최초' 타이틀을 양보했다.
이후 DGB지주는 출범 7개월여 만에 캐피탈사를 인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특히 우리금융에서 분리 매각되는 경남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는데, BS지주 또한 입찰 의지를 밝히며 전면전이 치러졌다.
대구·경북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DGB지주는 경남은행 인수가 '동남권 DGB금융벨트' 구축이라는 비전 달성에 핵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2013년 1·4분기 기준 DGB지주의 총자산은 35조8000억원, BS지주는 44조8000억원으로 자산 31조여원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지역 금융권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2파전으로 시작된 경남은행 인수 경쟁은 지역상공인으로 구성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와 기업은행까지 가세하며 4파전으로 번졌다.
이에 DGB지주는 우리금융에서 분리 매각되는 또 다른 은행인 광주은행까지 예비 입찰에 응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광주은행까지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DGB는 두 은행 모두 입찰을 포기했다. 지역갈등 해소, 지방은행 상생, 지역경제 발전 등을 위한 결정이었다.
그 대신 DGB지주는 경남지역 상공인 중심의 경은사랑 컨소시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출자(800억원 규모)를 결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BS지주는 경남은행을 JB지주는 광주은행을 인수하게 됐고, DGB지주는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서며 은행 인수 전쟁이 끝났다.
◆DGB지주, 몸집 부풀리기 진행 중
DGB는 지주 전환 후 1년 만에 2개의 자회사를 편입하며 몸집을 불려 왔다. 특히 경남·광주 은행 입찰을 포기한 후에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보험업 인수에 나섰다. DGB지주는 지난해 9월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해 종합 금융그룹으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자 했다.
DGB지주는 올해 1월 NH농협금융으로부터 사들인 우리아비바생명을 'DGB생명'으로 바꾸고 정식 출범했다. 4조7000억원 규모의 DGB생명 인수를 통해 DGB지주는 그룹 내 비은행 비중이 12%대로 확대됐다. 아울러 지방금융그룹 중 처음으로 보험업에 진출해 다시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또 은행과 보험, 캐피탈 등 자회사를 통한 원스톱서비스 구축으로 지역밀착형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DGB지주는 출범 7개월여 만에 캐피탈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인수 대상은 일본 빅4 대부업체 중 다케후지의 할부금융사인 메트로아시아캐피탈. 이 캐피탈사는 자산 1200억원, 자본금 600억원 규모로 DGB지주의 영업 권역 확대와 몸집 불리기에 큰 역할을 했다. DGB지주는 2012년 1월 캐피탈사의 회사 상호를 DGB캐피탈로 바꾸고 기존 공작기기 등 리스영업 중심에서 벗어나 자동차 할부금융과 소액신용대출 등으로 영업활동 넓히기에 나섰다. 같은 해 4월에는 컴퓨터시스템개발·판매 유지보수 사업을 하는 DGB데이터시스템을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DGB지주는 출범 1년 만에 5개 자회사를 거느리며 총자산 규모 32조원대로 성장했다.
수도권과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다. DGB지주는 서울에 지점 하나를 개점해 총 서울 3곳, 경기도 1곳에 지점이 있다. 해외는 상하이 1곳, 베트남에 사무소 1곳으로 공격적인 진출보다는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개점할 계획이다.
DGB관계자는 "앞으로도 지방은행으로서의 영업에 주력하고 인수했던 DGB생명과 캐피탈을 정상화 시키는게 우선"이라며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자산운용사를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