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최근 재계에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빅딜'은 경영위기 때문에 등 떠밀리듯 추진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밀한 계산 아래 선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주도 속에 인수합병이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대기업을 중심의 인수 합병이 활발하다.
장기 불황 속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집중과 선택으로 '잘하는 사업'을 더 잘하게끔 역량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역시 SK그룹과 CJ그룹의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 가운데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SK텔레콤이 3년 뒤 나머지 지분 23.9%를 5000억원에 추가로 매입하는 콜옵션 조건이 걸려 있다. SK그룹과 CJ그룹이 사실상 1조원 대에 이르는 대규모 빅딜을 결정한 것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케이블TV업계 3위인 씨앤앰 인수를 검토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무산되자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도 성장이 정체된 CJ헬로비전과 M&A과 전략적 사업 제휴 등 다양한 탈출구를 모색하던 가운데 SK 측의 제안을 받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매각이 성사됐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당초 CJ헬로비전의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키우고자 씨앤앰 인수를 저울질하기도 했으나, SK텔레콤의 인수 제안에 플랫폼 사업을 접고 콘텐츠사업에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사간 합병 성사에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신뢰가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CJ그룹 측은 "CJ헬로비전이 최근 경쟁심화 등으로 지속성장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던 중 SK가 적극적 인수 의향을 보였고 제안을 들어보니 양사가 서로 윈윈 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특히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로 알려질 정도로 남다른 친분을 자랑한다.
최 회장과 이 회장은 고려대 동문이며, 1960년생 쥐띠 동갑내기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최 회장은 1983년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이 회장은 1984년 법학과를 졸업했다. 두사람은 평소에도 막역한 친구 사이로 오랜 기간 교류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두 그룹이 전격적으로 '빅딜'을 일사천리로 추진한 것도 총수간 남다른 인연과 친분이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큰 규모의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며 "SK그룹과 CJ그룹의 전략적 협력 합의의 바탕에는 두 총수의 친분이 깔려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