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골칫거리 취급을 받던 빈병이 귀한 몸이 됐다.
정부가 내년부터 빈병을 돌려주면 받는 보증금을 두 배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가정과 고물상, 빈 병 수거업체 등이 빈 병 수집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빈병이 사리지면서 주류 생산업체들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18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주류회사의 평균 빈병 회수율은 지난해 9월 96.8%에서 지난달 78.9%로 18%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주류산업협회 측은 "정부가 빈병 보증금을 올린다고 발표한 뒤 문제점이 곳곳에서 돌출되고 있다"며 "특히 가정용 주류를 취급하는 도매상들이나 일부 빈병 수거업체에서 빈병 납품을 미루면서 회수율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빈 병 회수,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내년 1월 21일부터 빈병 보증금과 취급 수수료를 2배 이상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주병 보증금은 개당 40원→100원, 맥주병은 50원→130원으로 인상된다. 취급수수료의 경우 소주병은 16원→33원, 맥주병은 19원→33원으로 오른다.
빈병 보증금은 음료수 가격에 포함돼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살 때 냈다가 나중에 병을 가게에 반환하면 돌려받는 돈이다.
취급 수수료는 주류업체가 도매ㆍ소매상에게 빈 병을 대신 수거해주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환경부는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으로 빈병 회수률이 상승, 빈병 재사용률이 현재의 85%에서 9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인상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빈병 사재기로 시장에서 빈병이 사라지면 주류 업체들이 생산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주류산업협회는 최근 업계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환경부에 발송했다.
특히 주류산업협회 측은 빈병 보증금 인상이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빈용기가 반환되지 않으면 빈병 보증금 때문에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산업협회 측은 "소비자가 소매상을 통해 빈용기를 반환하지 않으면 보증금 인상액은 고스란히 소주·맥주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출고가가 약 10%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출고기준으로 4888억원, 유통업계 및 음식점 등을 포함하면 1조9892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류산업협회는 "사전 실태조사, 객관적인 실증연구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빈 용기 회수율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값싼 외국산 맥주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주류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