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이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말 대신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올해 말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이며 계획된 사업들도 차질이 우려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달 30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정 대표는 마카오 카지노에 수수료를 주고 VIP룸을 빌려 이른바 '정킷방'을 운영하던 국내 폭력조직을 끼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40억원대의 해외 원정 도박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은 지난 몇 달 전부터 불거졌던 것으로 그동안 회사 측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기사화되는 것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며 강력 부인해 왔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번 검찰의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에 앞서 의견서를 제출해 도박 혐의 대부분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의견서와 제출된 수사기록과 의견서 등을 검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설립자로 더 유명하다. 그는 2003년 설립한 더페이스샵을 2년 만에 업계 1위로 만든 뒤 LG생활건강 등에 매각해 1500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정 대표는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을 미국과 중국 시장에 연달아 진출시키는 등 사세를 키우며 화장품 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외형 확장에 힘을 쏟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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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 대표의 이번 도박 혐의로 네이처리퍼블릭이 받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올해 연말에 예정됐던 상장에 제동이 걸렸다. 주관사 측과 네이처리퍼블릭 실무진은 상장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당초 계획했던 11~12월께 상장은 어렵게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문제는 상장을 계획해 놓고 공격적으로 벌여 놓은 사업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현재 중국, 미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전 세계 12개국에 1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되는 자금을 대부분 해외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상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적잖은 자금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매장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달에는 서울메트로의 역구내 화장품 전문매장 2건 임대차 입찰에 참여해 모두 낙찰을 받았다. 서울메트로와 운영권 계약을 완료한 네이처리퍼블릭은 수도권 지하철 1~4호선 57개 역사 내 68개 매장을 3년간 운영키로 하고 현재 매장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낙찰받은 임대료가 너무 높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가 제시한 입찰금액인 A구역 99억원, B구역 94억원에 대해 네이처리퍼블릭은 각각 50% 이상 높은 162억원과 149억원을 써내 비싸게 낙찰받았다.
경쟁사인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를 밀어내고 알짜 상권을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무리한 입찰금액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정 대표 주도로 국내외적으로 성장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제2의 도약을 준비했지만 지금 네이처리퍼블릭 상황으로는 연내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