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러시아 사할린 안톤체홉 극장에서 열린 한러우호축제 공연 무대. 정전직전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김영욱의 연주 모습을 이샘 이목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재영·김영욱·선우예권, 한러우호축제 공연 정전 무대서도 완주
러시아 사할린에서 열린 한러우호축제 공연 도중 정전이 된 가운데 한국의 젊은 차세대 연주자들과 러시아 오케스트라가 암흑 속에서도 끝까지 연주를 완주하며 감동을 준 소식이 전해지며 SNS 상에서 화제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일 러시아 사할린 안톤체홉 극장에서 열린 한러우호축제 오프닝 공연 무대에 선 바이올리스트 김재영(30), 김영욱(26)은 갑작스런 정전으로 암흑이 된 무대위에서도 사할린 오케스트라와 바흐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합 협주곡 3악장을 멈추지 않고 완주했다.
이후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6)도 차이코프스키 사계독주 연주 때 순간적인 정전이 왔으나 어둠속에서도 연주를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
이 소식은 공연기획사 이목프로덕션 이샘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재영, 김영욱이 흔들림없이 연주를 멈추지 않으니 오케스트라도 어떻게든 쫓아온다. 악보를 외우지 못한 오케스트라는 중간에 거의 작곡이 되어버리고 아예 손을 놓는 파트까지 속출하는데 두 바이올리니스트들은 기어코 끝까지 달려갔고 마지막 두마디는 오케스트라도 본능적으로 찾아와 엔딩을 함께 해줬다"고 전했다.
또 "완벽한 어둠 속에서 들리던 바흐,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쏟아지던 엄청난 박수 갈채 그 때 내가 울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짓말처럼 그 때 불이 다시 들어왔다.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장 드라마틱한 바흐가 이렇게 완성됐다"고 썼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눈물이 핑 돈다", "소름 돋는다", "자랑스러운 젊은이다", "(한석봉 모친의) 떡써는 전통을 살렸다"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공유하며 "누가 퍼다 신문에 좀 알려달라"고 쓰기도 했다.
이날 악보를 모두 외워 암흑 속에서도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한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은 한국인 최초 기록을 이어가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연주자들이다.
세계 최정상급 현악4중주 팀인 노부스 콰르텟에서 활동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김영욱은 지난해 대한민국 실내악 역사상 최초로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대한민국 실내악 역사를 새로 썼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지난 4월에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들 중에서 국제콩쿠르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거머쥔 연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