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부산 지역 주류업계가 데스트베드(Test-Bed)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을 교두보로 삼아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 성공한 제품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최근 참이슬16.9을 부산지역에 먼저 선보였다. 부산이 저도수 트렌드를 이끌어온 만큼 저도수의 참이슬 신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여 부산에서 인정받겠다는 의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참이슬16.9는 특허공법인 천연 대나무 활성 숯 정제공법을 적용해 깔끔한 목 넘김과 부담 없는 향, 숙취가 없는 깨끗한 맛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참이슬16.9는 순하고 부드러운 소주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이라며 "부산에서의 성장을 발판으로 향후 주변 지역으로의 확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주류는 지난 3월 알코올 도수 14도의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를 부산·경남지역에 첫 출시하고, 이곳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전국 판매망을 넓혔다.
순하리 유자는 천연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을 첨가해 새콤달콤한 맛으로 부산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SNS를 통해 빠르게 제품과 맛에 대한 평가들이 전파되면서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5월에는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전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전국에 과일 소주 열풍을 이끌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참이슬16.9',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 디아지오코리아 '윈저 더블유 아이스
디아지오코리아가 지난 3월 선보인 35도 저도 위스키 '윈저 더블유 아이스(W ICE by Windsor)'도 부산지역을 먼저 공략해 시장을 확대한 사례다.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첫 선을 보인 이후 한달 만에 3달치 재고가 소진돼 항공 운송을 동원하는 등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지역 출시 4개월(3월~6월)만에 누적판매량은 총 2만2420상자(1상자=450㎖×20병)에 달했고 제품 취급 매장 수도 3000여 개로 늘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디아지오코리아는 6월 가정용 제품을 내놓았으며 8월부터는 전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국내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도 지난 2009년 업계 최초로 40도 벽을 깨고 36.5도짜리 위스키 골든블루를 내놓은 이후 꾸준히 부산·경남권에서 호응을 얻으며 침체된 위스키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이 주류시장 중심으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주류업계는 전국적인 술 시장 침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고 지역색이 강한 부산에서 성공하면 전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부산은 자도주(自道酒)에 대한 선호가 강하지만 새로운 문화에 대해 호의적이기도 해 이곳에서의 성공이 전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제품 출시가 잇달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