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배임, 횡령 등 기업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사진·55) CJ그룹 회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됐다.
CJ그룹은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이 회장이 실형확정은 피해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 속에 감형이나 집행유예의 가능성도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다.
대법원 2부는 10일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CJ그룹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한시름 놓게 됐다. 만약 이날 징역 3년 실형이 확정됐다면, 바로 구속집행정지 조치가 끝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 회장은 현재 머무는 서울대병원 입원실에서 나와 형집행정지 요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다시 구치소에 수감돼야하는 상황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1657억원에 이르는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2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회장과 2013년 8월 받은 신장이식수술의 급성 거부 반응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요청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여 현재까지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CJ그룹 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감염우려 등으로 아버지 빈소도 못 지켰을 정도의 건강상태임을 고려할 때 주요 유죄부분이 파기 환송돼 형량 재고의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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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 참여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이 회장의 공백이 3년째로 장기화되면서 CJ그룹 곳곳에서 경영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그룹은 지난해 2조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집행 금액은 1조9000억원으로 약 79%에 불과했다. 2013년 역시 계획(3조2400억원) 대비 20%가량(6400억원)이 차질을 빚었다. 동부산테마파크 등 수년 동안 추진해온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잇따라 중단됐을 뿐 아니라, CJ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활발한 M&A(인수·합병) 활동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더라도 최소한 의사결정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날 판결은 특경가법 상 배임죄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형법상 배임혐의 적용은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무죄취지의 판결은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임액을 산정하라는 취지여서 대출금 전액을 이미 상환하고 보증이 해소된 사정을 고려할 때 사실상 무죄취지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럴 경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경우처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1,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뒤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CJ그룹 역시 감형과 집행유예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 직후 변호인들은 "고등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일본 부동산 배임 공소사실이 무죄 취지로 파기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고등법원(파기환송심)에서도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고 잘 준비할 계획"이라며 집행유예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재계 역시 파기환송을 통해 이 회장이 집행유예로 실형을 피할 가능성을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징역 3년부터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이 회장의 경우 파기환송을 통해 일부 무죄를 이끌어낸다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