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아직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최다니엘(29)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가 최근 출연한 영화 속 캐릭터는 사뭇 놀랍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올해 개봉한 영화들에서는 그의 색다른 변신이 유난히 눈에 띈다. 5월에 개봉한 '악의 연대기'에서는 사건의 키를 쥔 인물로 퇴폐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치외법권'(감독 신동엽)에서는 '병맛' 캐릭터에 도전했다..
최다니엘은 단순한 이유로 '치외법권'을 선택했다. 이전까지의 작품에서 역할이나 연기에 너무 힘을 줬다는 생각이 있었다. "최대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던 중 '치외법권'과 만났다. B급 정서와 사회적인 메시지가 묘하게 섞인 작품의 성격도 취향과 잘 맞았다. '공모자들'로 친분을 맺은 임창정과의 재회도 출연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화는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사이비 종교 교주 강성기(장광)를 검거하기 위해 뭉친 두 명의 경찰 콤비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다니엘은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 형사 유민 역을 맡았다. 멀쩡한 겉모습과 달리 성충동 조절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최다니엘은 영화에서 그야말로 몸을 던져 연기에 임했다. 올 누드로 펼친 베드신, 그리고 광란의 파티 장면 등이 그렇다. 유민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연기 스타일이 전혀 다른 임창정과의 호흡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제가 목장에 갇힌 양떼라면 임창정 선배는 산에서 내려온 맷돼지죠(웃음). 서로 달라서 오히려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대본은 버리고 연기하라'는 선배들의 말 뜻을 창정이 형과의 작업으로 알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스크린 속에서 최다니엘은 익숙한 '로맨틱 가이'가 아니었다. 첫 주연 영화였던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제외하면 '공모자들' '열한시' '악의 연대기' '치외법권' 등 스릴러가 필모그래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캐릭터도 늘 새로웠다. 물론 최다니엘은 "의도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들이 최다니엘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음은 분명하다.
다만 흥행 성적이 아쉬웠다. 최다니엘의 도전과 변신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한 이유다. 욕심이 생길 법도 하다. 그러나 최다니엘은 "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며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트콤으로 과분한 사랑을 얻었잖아요. 사실 그때 힘들었어요. 갑자기 바뀐 삶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죠. 본의 아니게 실수도 많이 했고요. 오해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편해요. 주어진 일을 하면서 내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성공해서 더 많은 걸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면 '악의 연대기' 같은 작품은 못 했을 거예요."
한때는 "발버둥쳐도 안 되고 오해도 안 풀려서 모든 걸 포기한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최다니엘은 한층 더 긍정적인 태도로 배우로서의 삶에 임하고 있다. 그런 변화가 필모그래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최다니엘은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 군대에 입대할 계획이다. 2년 뒤에는 보다 여유롭고 편안한 배우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