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창립 70주년 앰블럼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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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를 넘어 해외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회장 서경배)이 5일로 창사 70주년을 맞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명실 공히 'K-뷰티'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기업의 효시는 선대 회장의 모친 윤독정 여사의 동백기름이었다.
◆동백기름에서 시작된 'K-뷰티'
1930년대 여인들은 머리에 기름을 발라 좌우 가르마를 탄 후 비녀를 찔러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회장의 어머니인 윤독정 여사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완성시켜주는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동백나무 열매를 곱게 빻아 기름틀에 넣은 후 압착해서 추출한 기름을 결이 고운 베로 걸러내는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남부 지방 해안가를 오가는 보부상들을 통해 동백나무 열매를 구하는 등 좋은 품질을 위해 노력한 끝에 윤 여사의 동백기름은 입소문을 타 화장품 제조로까지 이어졌다.
'창성상점'이라는 간판을 걸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무렵 서성환 선대 회장도 어머니 사업을 돕기 시작했다.
사진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 창업회장의 어머니인 윤독정 여사와 서성환 선대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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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독정 여사가 동백기름 제조에 사용한 기기들.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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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창업회장은 1945년 중국에서 광복을 맞았다. 일제시대 중국으로 징용갔던 서 창업회장은 해방 후 바로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 머물며 아시아 시장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대한 안목을 높였다.
귀국 후 서 창업회장은 어머니 사업에 영향을 받아 화장품을 통해 아시아의 미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마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을 창업했다.
품질을 중시하던 윤 여사의 철학을 이어받아 창업한 아모레퍼시픽은 194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표를 붙인 화장품 메로디 크림을 출시했다. 1951년 식물성 원료인 피마자유를 이용해 순식물성 포마드인 ABC 포마드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1959년 태평양화학공업으로 법인을 전환한 뒤 2006년 6월 화장품·생활용품·식품 사업부문을 태평양과 아모레퍼시픽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2011년 3월 태평양을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는 주요 계열사로는 아모레퍼시픽·태평양제약·에뛰드·아모스프로페셔널·퍼시픽글라스·이니스프리 등을 거느리고 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70년 역사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70년 역사가 호락호락했던 것 만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주력 사업인 화장품 외에 건설, 증권, 패션, 야구단, 농구단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199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서경배 회장은 다른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화장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면 재편, 화장품 회사의 본질을 강화했다.
1992년 경기도 용인에 태평양중앙연구소(현 기술연구원 제1연구동 성지관)를 완공했다.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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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한우물만 판 결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은 2011년 3조585억원, 2012년 3조4317억원, 2013년 3조9954억원, 2014년 4조7119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에서만 8325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52.8%나 성장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화장 인구가 1억명을 넘어선 중국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부터 작년까지 35%나 성장했다.
한방화장품 설화수는 물론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이 중국과 홍콩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아이오페도 올해부터 중국 백화점에 진출한 상태다.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의 도약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에서 글로벌 대표 뷰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는 최초로 뉴욕 고급백화점 블루밍데일 본점에 입점했다.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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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은 2020년까지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이라는 비전 아래 매출 12조원, 영업이익율 15%, 글로벌 사업 비중 5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북미·서유럽·동남아시아·중국·일본 등 세계 5대 권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Asian Beauty Creator)'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자 한다"면서 "30억 아시아인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꿈을 실현하는 기업, 나아가 전 세계의 고객들에게 아시아의 문화가 품어 온 미(美)의 정수(精髓)를 선보이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