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범(汎)삼성가 인사 잇단 조문
전일 이재용 부회장이어 삼성 사장단 빈소 찾아
장지, 삼성가 선영과 달라…실질적 화해, 시일 걸릴 듯
[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병환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대신한 이재용 부회장의 조문에 이어 삼성 사장단들이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그동안 소송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삼성과 CJ 가문이 이번 조문을 계기로 극적인 화해가 이뤄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맹희 CJ 명예회장이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다른 곳에 안장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질적인 화해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CJ그룹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마련하고 18일 오전부터 공식 조문을 시작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14일 중국에서 폐암 등 지병으로 향년 84세 나이로 타계했다.
범삼성가 인사들은 공식 조문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저녁부터 일찌감치 빈소를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밤 9시쯤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약 15분 정도 식장에 머물렀다. 고 이 명예회장의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배웅을 받으며 장례식장을 나왔다.
이에 앞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어머니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함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그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딸인 정유경 부사장 등 신세계그룹 일가도 빈소를 찾았다.
또 이날 오전에는 장충기 삼성미래전략실 사장,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 부회장을 비롯해 김신 삼성물산 대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 윤주화 제일모직 대표,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 등 삼성 주요 사장단 6명이 고 이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으면서 양 그룹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이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다른 곳에 안장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 그룹의 실질적인 화해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CJ그룹에 따르면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지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집안 소유의 대지에 묘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럴 경우 이 명예회장은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큰 아들이자 삼성가의 장남이지만 삼성가의 선영에 안장되지는 못한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묘지는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안에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장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삼성가의 선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CJ가 삼성가와 별도의 그룹인 만큼 별도로 조성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CJ 간 갈등이 이번 회동으로 화해의 분위기는 조성됐을지 모르지만 반세기에 걸쳐 이어져 온 만큼 시일이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고 이맹희 CJ명예회장의 빈소에는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최근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안병덕 코오롱 대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학 아워홈 회장, 박병석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배우 이정재와 가수 이승철 등이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명예회장의 장례는 20일까지다. 장례식은 이채욱 CJ 대표를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CJ그룹장으로 치러지며 상주는 차남 이재환 대표와 장손 이선호씨가 맡고 있다.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대법원이 임시로 주거지를 옮길 수 있도록 해 장례식장을 찾을 수 있게 됐지만 신장 이식 수술 이후 감염억제제를 투여하고 있어 감염 문제로 빈소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CJ그룹 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