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과 글로벌 맥주 브랜드 등 제품 출시 잇달아
업계 "한정된 맥주 시장에서 자기시장잠식" 우려
지난달 23일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오비맥주 사장(사진 가운데)이 모델들과 젊은층을 겨냥해 새롭게 선보인 '카스 비츠'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비맥주 제공
[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오비맥주가 떨어지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확고한 영업망과 점유율을 갖고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의 다(多) 브랜드 전략이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을 불러 올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카니발리제이션은 기존에 출시됐던 제품이 같은 기업에서 출시된 새로운 제품에 의해 판매량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는 올해 2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오비맥주의 이 기간 매출 감소율은 (전년동기대비) 높은 숫자의 한 자릿수였다"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를 근거로 오비맥주가 2분기에만 매출이 전년비 약 7~9% 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는 올 1분기에도 매출이 4% 감소했다. 오비맥주가 연속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다.
오비맥주는 이 같은 매출 하락 이유에 대해 소비자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프리미어 OB'를 시작으로 올해 6월에는 '프리미어 OB 바이젠', 지난달에는 '카스 비츠'를 선보였다. 오비맥주는 올 하반기에도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신제품 출시 외에도 AB인베브의 다양한 글로벌 맥주들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이달에 선보인 '호가든 로제' '호가든 그랑 크루' '호가든 포비든 프루트' 등을 비롯해 올들어 영국 에일맥주 '바스'와 '보딩턴', 독일 밀맥주 '프란치스카너', 룩셈부르크 맥주 '모젤' 등을 새로 내놓았다.
업계는 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가 한정된 상태에서 계속해서 오비맥주가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결국 오비맥주의 기존 제품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경우 다양한 소비자층 공략을 위해 2010년 '드라이피니시D'를 출시하고 기존 브랜드인 하이트와 맥스와 함께 시장 확대를 노렸다.
하지만 드라이피니시D는 기존 브랜드간 수요 충돌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려 오비맥주에 1위를 내줬다. 2010년 하이트 시장점유율은 55.8%였고 카스는 44.2%였다. 2012년 하이트(44.34%)는 카스(55.66%)에 역전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가정시장과 유흥시장에서 멀티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인데 결국 시장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브랜드 전략이 시장에 통해 1+1=2가 되면 좋은데 1+1=0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사히맥주가 이자카야 시장을 개척했고 칭다오맥주가 양꼬치 시장을 공략해 맥주 시장에서 자리 잡았듯 오비맥주 역시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은 소비자 입맛이 변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수익성을 떠나 다양한 맥주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다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다브랜드 전략이 대중적인 브랜드인 카스가 기존에 유지하던 시장과는 구분되는 만큼 시장이 겹칠 것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