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한국에서 메르스 사태가 심화되는 동안 홍콩의 봉화망은 누리꾼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79.11%가 "(한국인의 메르스 전파와 격리 거부로)한국 국민의 전체적 이미지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홍콩 보건당국은 지난 2일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한국 의료계와의 일시적인 교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 본토에서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홍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토의 눈치를 보지 않는 홍콩 당국은 본심을 드러냈지만 그나마 중국 당국은 한중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위험신호다. 한국인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중국의 광둥성이나 홍콩에서 확진환자가 나올 경우 사태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이미 한국은 중국에게 사드(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꼬투리가 잡힌 상태다. 메르스 사태 와중에도 사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중국은 또 다시 사드 배치에 우려를 나타냈고, 미국은 사드 배치를 위한 정지작업에 나섰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사드가 무력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한국에 스텔스함 등 첨단 해군 전력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잠수함을 잡을 수 있으니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나 마찬가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용하지 않으면 한중 사이에 무역과 경제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역축소를 위협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정황상 일리있는 분석이다. 2010년 일본 정부가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중국 어선의 선원을 구속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일본을 굴복시킨 바 있다.
2014년 한중 교역액은 2354억 달러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갈수록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도 대미, 대일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동안 대중 수출은 소폭 감소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반대로 중국발 충격 우려는 한국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중국의 반한 감정은 한국을 굴복시키려는 중국 지도부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심지어 중국 지도부의 결단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한국을 앞세워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공략하면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일본과 접촉해 실속을 챙기고 있다. 지난 4월 시 주석은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환담을 나눴다. 최근 중국을 찾은 자민당 인사를 통해 다시 아베 총리를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중국이 한국을 대체할 카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잠재적인 교역 감소 위협이 아니라도 당장 소비시장의 고객인 중국 관광객(요우커)이 빠져나가고 있다. 세월호발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나기 시작한 국내 소비시장이 다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요우커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4월 사이 요우커는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에 결정타를 먹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눈은 여전히 근시안적이다. 시선을 돌려 중국을 살피는 기미조차 안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홍보나 하겠다고 한다. 국내의 메르스 확산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에 보건복지부나 문체부만 있는 게 아니다. 청와대와 내각의 그 많은 대외업무 인력은 어디로 갔나.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