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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문학] 챔피언스리그 : 유럽은 어떻게 축구의 성지가 되었나



[스포츠 인문학] 챔피언스리그 : 유럽은 어떻게 축구의 성지가 되었나

"챔피언스리그가 월드컵보다 낫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유럽 최고의 팀으로 만든 명장 알렉스 퍼거슨 경이 했던 말이다.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로 유럽을 제패했던 주제 무리뉴 역시 챔피언스리그가 월드컵보다 더 중요한 경기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세계 유수의 클럽팀 감독들과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의 중요도와 축구계의 비중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축구계 인사들과 언론들이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을 비교하면서 챔피언스리그의 우위를 점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표팀은 선수를 살 수 없다. 때문에 자원이 부족한 포지션에서 늘 곤란을 겪게 된다. 반면에 클럽팀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선수를 영입하면 그만이다. 둘째, 클럽팀은 장기적인 선수 구축을 통해 팀의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령, 바르셀로나는 유스시스템을 통해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 자신들만의 축구 철학을 구축한다. 그렇게 티키타카라는 고유의 축구 스타일이 탄생했고 전대미문의 6관왕이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단기적인 소집으로 뭉친 팀이다. 월드컵을 위해 준비를 한다고 해도 짧게는 한 달여, 길게는 세 달 정도만 모여서 팀을 만든다. 때문에 본연의 실력을 제대로 펼치기 힘들다.

5월은 축구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달이다. 챔피언스리그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가장 중요한 결승과 준결승이 열리기 때문이다. 5월은 그야말로 유럽 축구계에서 챔피언 중의 챔피언이 탄생되는 기념비적인 달인 셈이다. 지난 6일(한국시간) 홈인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유벤투스가 1골 1도움을 올린 카를로스 테베스의 맹활약을 앞세워 2-1 격침시켜 파란을 일으켰다. 반면 오늘 새벽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4강 홈 1차전에서는 메시가 후반 30분 이후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원맨쇼를 펼치며 3-0 대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단 3경기만을 남겨두게 됐다. 무수히 많은 클럽팀 중에서 단 4팀만이 이 자리에 남았다. 때문에 이들의 대결에 전세계의 눈이 몰린다. 실제로 지난해 결승전 생방송 시청 인원은 전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무려 약 1억7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약 1500만 명에 달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단순히 유럽 클럽팀 간의 대결을 넘어 전세계 축구팬들의 명실상부한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명성 덕분에 천문학적인 돈이 챔피언스리그에 몰린다. 이번 시즌에는 '아디다스', '마스터카드', '가즈프롬', '닛산', '하이네켄', '플레이스테이션', '유니크레딧', 'HTC'가 챔피언스리그와 스폰서십을 맺었다. 스폰서 수익만 약 4억5000만 유로(한화 약 5247억)이다. 이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스폰서 수익인 1억4000만 달러(한화 약 1500억)보다 거의 4배 가까운 금액이다. 더군다나 '아디다스'는 챔피언스리그 공인구와 경기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제공하고 있다. 중계권료 수익은 더욱 크다. 상금 규모도 엄청나다. 단일 대회 우승 상금 부문에선 월드컵, NFL(미국 프로미식축구), MLB(미국 프로야구) 등을 제치고 단연 1위다. 올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에게는 최대 5450만 유로(한화 약 636억)의 상금이 주어진다. 월드컵 우승 상금인 3500만 달러(한화 약 375억)의 2배 규모다. 구체적인 통계 자료만 봐도 챔피언스리그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세계 최고의 축구 대회인 셈이다.

그렇다면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축구 대회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챔피언스리그는 처음에 유럽축구연맹이 아닌 프랑스의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L'Equipe)'의 주최로 1955-56년 시즌에 시작됐다. 시작할 당시의 이름은 유럽챔피언클럽스컵(European Champion Club's Cup)으로 굳이 자국 리그 우승팀이 아니더라도 초청을 받기만 하면 참가할 수 있었다.

재밌는 것은 영국에서는 처음에 이 대회를 무시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첫 대회에는 영국팀이 참가한 기록이 없다. 우승팀인 첼시가 영국 축구협회로부터 불참을 권유받자 정말로 불참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대회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참가해 4강까지 진출하며 영국 내에서도 이 대회가 인기를 끌었고, 이에 영국 축구협회도 더 이상 무시하지 않게 됐다.

인기가 높아지자 이 대회는 유럽 내 자국 리그 우승팀과 대회 우승팀만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변경했고 이 제도가 유지되면서 유럽 축구 최강자를 결정하는 장으로 자리를 굳혔다. 1992년에는 '챔피언스리그(Champion's League)'로 이름을 바꾼 뒤 1997-1998시즌부터는 참가팀을 늘리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UEFA Champion's League)'로 명칭을 확정했다. 1999-00 시즌부터 유럽 3대 클럽 대항전 가운데 하나인 위너스 컵이 폐지됨에 따라 챔피언스리그는 규모 면에서 크게 확대되었다.

참가팀이 늘면서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한 팀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 증거로 참가팀을 늘린 이후로 백투백 우승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더군다나 유럽 각 클럽팀들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을 우승 다음으로 중요 순위로 둔다. 예를 들어 컵대회와 리그 순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가 한 주에 몰려있다면 대부분의 클럽들이 순위를 결정짓는 리그 경기에 중점을 두고 팀을 운영한다. 그들은 챔피언스리그 참가 자체가 팀의 다음 시즌 운명을 결정 짓는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챔피언스리그는 참가만 해도 상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32강 조별리그에 들어갈 수 있는 3차 예선 플레이오프만 참가해도 210만 유로(한화 약 29억)의 수당이 나오며, 조별리그부터는 무승부만 거둬도 50만 유로(한화 약 6억)의 상금이 나온다. 상위 플레이오프로 진출할수록 상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자금력이 절대적인 클럽팀에 있어 챔피언스리그는 영예와 자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것이다.

유럽의 축구팬들도 이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참가 상금으로 두둑해진 지갑이 팀의 다음 시즌 선수 영입에 미칠 영향에서 오는 기대감, 이것은 다시 선수영입으로 이어진다. 이런 선순환이 축구팬들의 열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많게는 100년, 짧게는 2-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유럽 축구 서포터 문화도 한몫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챔피언스리그에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챔피언스리그에 반백 년 이상 쌓아진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자국 리그에서 만날 수 없는 팀들과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바이에른뮌헨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포르투와 만났다. 벌써 5번째 만남이다. 1990-91 시즌 유러피언 컵(챔피언스 리그 전신) 8강전에선 바이에른이 1승 1무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고, 1999-00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도 바이에른이 또 다시 포르투에게 1승 1무를 기록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이번 시즌 맞대결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두팀의 감독이다. 바이에른뮌헨의 감독 과르디올라는 1990년대를 주름잡던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전설적인 미드필더이고, 포르투의 감독 로페테기는 골키퍼 출신으로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바르사에서 뛰며 과르디올라와 함께 UEFA 컵 위너스 컵과 코파 델 레이, 그리고 수페르코파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이들은 선수에서 감독으로, 동료에서 적으로, 챔피언스리그 단골 상대로 다시 만났다. 우연과 확률의 여신이 만든 이야기인 셈이다.

반대로 자국 리그 내 라이벌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시 맞붙어 더비전이 펼쳐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리그 더비전보다 더욱 치열해진다. 더비이면서 동시에 챔피언스리그이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AT마드리드와 만났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비롯해 2시즌 사이에 벌써 11번이나 맞대결을 펼친 양팀이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악연을 넘어선 필연인 셈이다.

천문학적인 상금과 유럽 최고의 축구 클럽팀이라는 명예, 그리고 60년 동안 쌓인 이야기들, 이것은 모두 축구라는 스포츠 하나로 이룩한 유산이자 스스로를 최고로 만드는 거름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유럽이라는 텃밭에서 챔피언스리그라는 꽃이 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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