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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문학] 슈퍼매치 더비 : 그들은 어떻게 라이벌이 되었나



[스포츠 인문학] 슈퍼매치 더비 : 그들은 어떻게 라이벌이 되었나

인류의 문명은 인더스, 황하, 나일 등의 강변에서 시작됐다. 인류는 강물을 끼고 정착 생활을 하게 됐다. 강에서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강물을 이용해 농사를 지을 수도 있었다. 강물이란 그야말로 자원의 보고이자 생활을 위한 경제적 기반이었다. 그래서 강을 마주보고 있는 두 부족은 늘 서로 더 많은 것을 가져가기 위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것이 라이벌의 탄생이다.

라이벌(Rival)이란 단어는 라틴어로 강을 의미하는 'Rivus'에서 파생됐다. 즉, '같은 강을 둘러싸고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발전했고, 다시 지금의 '경쟁 상대'라는 의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라이벌은 단순한 경쟁상대가 아니다. 경쟁만을 위한 것이라면 '적'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달리기를 할 때 혼자 뛰는 것보다 옆에서 나란히 뛰는 누군가가 있으면 든든하다. 그러면서도 경쟁심리가 생긴다. 라이벌은 이를테면 서로의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자 동반자인 셈이다.

그래서 라이벌은 유독 스포츠에서 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한일전을 생각해보자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축구 국가대표팀의 한일전이 열리는 날이면 애국심이 발동된다.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각오를 단단히 굳히고 관객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다. 두 팀의 실력이 팽팽하기 때문에 쉽게 승패를 점칠 수 없다. 거기서 긴장감이 생긴다. 양국에게는 그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한 경기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본래의 실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최근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나란히 출전했다. 우리나라가 조별리그에서 16강에 진출하면 일본도 진출했고, 조별리그에 탈락하면 일본도 탈락했다. 그야말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숙명의 라이벌인 셈이다.

축구에서는 이 라이벌끼리의 대결을 지칭하는 단어가 따로 있다. 바로 더비 경기다. 더비 경기는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유래됐다.

'더비'란 명칭의 유래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19세기 중엽 영국의 중동부 지역 소도시인 더비(Derby)라는 지역에서는 기독교 사순절 기간이면 성베드로(ST. Peters)팀과 올세인트(All Saints)팀이 축구 경기를 벌이는 행사가 있었다. 이 경기가 워낙에 치열해서 더비 경기라는 말이 고유명사가 됐다는 게 첫 번째 설이다.

두 번째는 잉글랜드 더비셔(Derbyshire) 주 애쉬본에서 12세기 초에 시작된 'Royal Chrovetide Football Match'라는 이름의 대회를 모태로 해서 애쉬본 헨모어 강 북쪽 주민과 남쪽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축구 시합을 벌였다는 데에서 더비라는 개념이 파생되었다는 설이 있다.

더비 경기는 언제나 많은 이야기를 낳는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두 팀이 같은 종목으로 겨루기 때문에 자존심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팬들이 신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팬들의 신경전이 과열되어 경찰이 나서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더비 경기는 그 지역의 축제이면서 동시에 전쟁인 것이다.

지구 최고의 축제라고 불리우는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 경기가 바로 대표 사례다. 두 팀의 연고지는 역사적으로도 지역감정이 심하다.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총애를 받던 레알 마드리드와, 그에게 탄압받던 카탈루냐의 상징 FC바르셀로나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또한 레알의 태생이 상류층과 얽혀있다면, FC바르셀로나는 노동자들이 만든 팀이었다. 때문에 두 팀이 맞붙는 날이면 난투극에 가까운 설전이 벌어진다. 스페인에선 두 팀의 경기를 극장에서 상영할 정도다.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 경기는 고유 명칭이 있다. 영어로는 'The Classic', 카탈루냐어로는 엘 클라시코(El Classico)가 되며, 간혹 엘 수페르클라시코(El Superclasico, 클라시코의 뜻을 한층 더 강화)라고도 부른다. 이 밖에도, 엘 그란 데르비(El Gran Derbi, 큰 더비)나 엘 데르비 에스파뇰(El Derbi Espanol, 스페인의 더비)로 불리기도 한다.

이 두 팀의 더비 경기처럼, 각 지역의 더비 경기는 그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아를 대표하는 두 팀 유벤투스와 인테르의 경기는 '데르비 이탈리아(Derby d'Italia)'라는 이름이 있다. 이것은 영어로 '이탈리아 더비(Derby of Italy)' 즉, 이탈리아의 더비 경기라는 뜻이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는 지역 명칭을 따 '맨체스터 더비'라고 부른다. 스코틀랜드 글랜스고를 연고로 하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올드 펌 더비(Old Firm Derby)는 오랜 동료라는 뜻이다.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에서는 더비 경기 개념이 축구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고 흥행 요소로써 지나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인증에 나선 바 있다. FIFA는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91개 더비 경기를 인증했다. 거기에는 K리그의 두 더비 경기도 포함됐다. 바로 '슈퍼매치'와 '영남 더비'이다. 그중에서도 '슈퍼매치'는 명실상부 K리그 최고의 더비 경기로 손꼽힌다.

슈퍼매치는 수도권을 연고로 하는 두 팀,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 서울의 경기를 말한다. 두 팀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졌고 또 매년 리그의 출발 시점에서 강팀으로 분류된다. 슈퍼매치는 K리그에서 가장 관심 높은 경기 중 하나로 FIFA에서도 공식 홈페이지에 'Asia's Top Derby'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낸 바 있다. 슈퍼매치는 관중수도 많아서 매 경기 4~5만 정도는 기본으로 입장하고 K리그 역대 최다 관중 3위 기록과 4위, 8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슈퍼매치라는 더비 명칭의 탄생은 수원 홍보팀 직원이 2008년 홈 경기를 앞두고 보도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원-서울 대결 앞에 붙일 수식어를 정하던 중 '슈퍼매치'란 단어가 탄생하게 됐고 그 후 언론과 축구팬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프로축구연맹 주도하에 서울과 수원의 더비를 슈퍼매치라는 이름으로 계속 리브랜딩 하면서 고착화됐다.

한때 FIFA에서 인증한 세계 7대 매치, 혹은 10대 매치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FIFA에서 유명한 더비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었을 때 이 중 7번째로 소개한 것이 잘못 보도된 것이다. 당시 FIFA에서 소개한 더비 순위는 무작위였다.

슈퍼매치의 탄생은 전신인 지지대 더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지대 더비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안양 LG 치타스의 라이벌 경기를 가리키는 말로 수원과 안양 사이에 위치하며 양 지역을 1번 국도를 통해 오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지대(遲遲臺) 고개에서 유래되었다. 일반적으로 지지대 더비라는 명칭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1996년과 2003년 당시에는 지지대 더비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고 이후 과거에 있었던 안양 LG와 수원 삼성과의 라이벌전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FC서울의 전신인 안양LG치타스 시절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의 경기는 K리그 역대 가장 격했던 더비였다. 두 팀은 지리적 인접성부터 더비로 발전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고 여러 사건으로 인한 갈등이 더비로 이어졌다.

1996년 창단 첫 해 K리그 준우승을 이끈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김호 감독과 조광래 코치가 극심한 불화를 겪은 뒤 1997년 결별하였고, 1999년 조광래가 안양 LG 치타스의 감독을 맡으며 양 팀의 감독의 껄끄러운 관계에서 나오는 신경전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안양 LG 치타스 간의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후, 1997년까지 안양 LG의 선수였던 서정원이 프랑스 르샹피오나의 RC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1999년 K리그로 복귀하면서 당초 복귀를 약속하였던 자신의 친정팀 안양 LG가 아닌 돌연 수원 삼성행을 택하였고, 안양 LG는 당시 약속이행을 조건으로 지급했던 이적료의 절반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서정원측이 이면계약을 이유로 이것을 거부하면서 법정공방까지 벌여 양 팀의 감정 대립이 심화되었다.

게다가 양 팀의 모기업인 삼성과 LG가 재계 라이벌이라는 이유 또한 양 팀의 경쟁이 더욱 가열되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1999년 3월 20일 열린 경기로 인해 두 팀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됐다.

이날 열린 슈퍼컵에서 안양 LG의 팬들은 서정원의 '유니폼 화형식' 퍼포먼스를 벌였고, 이에 자극받은 서정원은 친정팀의 수비진영을 마음대로 휘저으며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터뜨린 샤샤와 함께 수원 삼성의 5-1 대승을 이끌었다.

이후 안양 LG는 선수들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하면서까지 승부욕을 자극시키고 조광래 감독이 수원 삼성에서 만들었던 훈련 프로그램을 똑같이 안양 LG에 적용시키면서 기존까지 열세에 있던 상대전적을 우세로 이끌며 2000년 K-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런 치열한 열기 때문에 슈퍼매치에서는 종종 경기장 밖에서의 과열된 신경전도 벌어지곤 했다. 양 팀 서포터즈는 서로 상대방을 '치토스'(안양 LG의 구단명인 치타스를 비하하는 용어)와 '닭날개'(수원 삼성의 구단명인 블루윙즈를 비하하는 용어)로 비하하며 불붙은 라이벌 의식에 기름을 부었는데, 2003년에는 양 팀 서포터즈들이 이러한 별명에 관련된 대형 걸개를 만들어 서로를 자극한 바 있고, 수원 삼성 서포터가 경기장 내 플래카드에 불을 지른 방화 사건과 수원 삼성에서 뛰던 안정환이 관중석으로 뛰어올라 FC서울 팬과 충돌한 사건 등도 있었다.

슈퍼매치는 지금까지 총 80경기를 치뤘고 수원이 34승 21무 25패로 앞서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슈퍼매치에서도 역시 수원이 정대세의 활약에 힘입어 5-1의 대승을 이끌었다.

한 스포츠마케팅 업체에서는 슈퍼매치 1경기의 스폰서십 효과가 무려 112억 2835만 원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스포츠 뉴스방송과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신문기사와 사진 등을 통한 분석을 더하면 이 수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때로는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슈퍼매치는 결국 K리그에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워주는 단비 같은 존재다. 시간이 흘러도 두 팀의 대결은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대결에서 희열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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