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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장수상회] 반전으로 감동을 극대화하다

영화 '장수상회'./CJ엔터테인먼트



[b]*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b]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의 첫 장면은 논과 밭이 펼쳐져있는 시골 같은 마을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먼지를 날리며 달려가는 버스에는 지금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옛 명칭인 '수유리'가 쓰여 있다. 그곳에서 한 소년이 꽃을 들고 서있다. 짝사랑 하는 소녀에게 고백하기 위해서다. 이 소년과 소녀가 누구인지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시골 마을은 어느 새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지금 서울의 풍경으로 바뀐다. 영화는 이제 한 노인의 이야기를 쫓아간다. 가족도 없이 홀로 살아가며 마트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70대 노인 성칠(박근형)이 그 주인공이다. 무뚝뚝한데다 성질도 고약한 성칠은 마을에서도 골칫거리다. 재개발을 해야 하는데 유일하게 성칠만이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성칠은 어느 날 앞집에 이사 온 금님(윤여정)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소녀 같은 모습의 금님에게서 성칠은 마치 첫사랑과도 같은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은 이 고약한 성질의 노인마저도 변화시킨다. 마을 사람들도 성칠과 금님의 사랑을 응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이 성칠과 금님을 응원하는 데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노년에 찾아온 로맨스'로 홍보되고 있지만 '장수상회'는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장수상회'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나 주제를 오롯이 이야기할 수 없다. '장수상회'가 지닌 대중적인 호소력이 바로 그 반전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 '장수상회'./CJ엔터테인먼트



사실 '장수상회'의 전반부는 다소 이야기 전개가 거칠게 느껴진다. 오해로 처음 만난 성칠과 금님이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이 그렇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관객은 금님이 성칠에게 접근한 이유가 재개발에 있음을 서서히 알게 된다. 그럼에도 이해하기 힘든 금님의 행동, 그리고 자꾸만 기억을 잊어버리는 성칠의 모습으로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멜로드라마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 미스터리한 요소가 낯설게 다가갈 것이다.

이 미스터리는 사실 멜로드라마가 아닌 가족드라마의 감동을 강화하기 위한 설정임은 금님이 쓰러진 뒤 등장하는 반전을 통해서 드러난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의문을 갖던 관객이라도 이 반전의 충격 효과로 극대화한 감정 앞에서는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제야 관객은 영화 첫 장면에 나온 소년과 소녀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의 과거를 영화 처음에 배치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장수상회'는 황혼의 로맨스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살아온 부모 세대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영화는 이 반전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을 전한다.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소박한 규모의 영화로 돌아왔지만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변함없는 강제규 감독의 영화다.

영화 '장수상회'./CJ엔터테인먼트



다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슴 한 구석에 석연치 않은 점이 남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야겠다. 재개발에 대한 영화의 태도다.

영화는 부모 세대의 희생으로서 재개발을 다룬다. 그러나 성장의 논리를 내세우는 재개발 중심주의를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남겨준 선물처럼 바라보는 태도는 다소 위험한 생각이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재개발의 손이 뻗지 않은 서울 수유동과 우이동 등을 배경으로 옛 서울의 정취를 담아내 향수를 자극하던 영화가 결말에 이르러서 이런 정취를 지워버리는 재개발을 선택하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성칠과 금님이 요양원에 들어간 뒤 남겨진 자식들은 과연 추억이 남아 있는 마을을 갈아엎고 세운 고층 아파트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까. 영화는 여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국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성칠과 금님의 인생 여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의도와는 별개로 영화가 보여주는 소시민적인 욕망이 지금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라면 조금 슬플 것 같다. 12세 이상 관람가. 4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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