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캡틴 제라드의 마지막 '레드 더비'…38초만에 '레드 카드' 퇴장
리버풀의 '영원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35)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생애 마지막 레드 더비를 38초 만에 퇴장당함으로써 허무하게 끝마쳤다.
제라드는 2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후반에 교체 투입됐다.
그러나 제라드는 들어간 지 38초 만에 레드카드를 받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상대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안드레 에레라가 제라드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하자 보복하듯이 에레라의 발목을 고의로 밟았고 이를 본 심판이 곧바로 레드 카드를 꺼냈다.
제라드의 허무한 퇴장에 수적 열세에 몰린 리버풀은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제라드의 퇴장이 더욱 아쉬운 점은 숙적이라 불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레드 더비'가 이번이 마지막이었다는 점이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서로 선수 이적도 하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똑같은 붉은 유니폼을 입는 두 팀의 더비를 '레드 더비'라 부른다.
제라드는 '레드 더비'에서 '레드 카드'를 받음으로서 자신의 마지막 '레드 더비'를 붉게 물든 셈이다.
제라드는 올 시즌이 끝나면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의 로스앤젤레스 갤럭시로 떠난다.
제라드는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판정이 옳았고 동료와 팬을 실망시킨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안에 대해 더 입을 열 수도 없다"며 "동료와 팬들에게 사과하러 여기 (방송 카메라 앞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38초 퇴장'은 아쉬웠지만, 제라드의 즉각적이고 공식적인 사과와 잘못에 대한 인정, 진심어린 반성은 인상적이었다.
브랜든 로저스 리버풀 감독 역시 제라드의 태도에 찬사를 보냈다. "퇴장 판정을 받은 선수가, 공개석상에 나와 사과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제라드는 아마도 전반전 우리 경기를 보며 태클이 없는 상황이 아쉬웠을 것이다. 적어도 제라드는 저렇게 훌륭하게 사과를 할 줄 아는 남자다"라며 제라드의 용기를 칭찬했다.
로저스 감독은 제라드를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제라드는 훌륭한 선수이고, 팀이 뒤진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나서자마자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이 컸을 것이다"라고 이해했다. "나는 제라드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감독 생활을 하는 내내 그는 훌륭한 선수였고, 축구에서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우리 팀을 전체적으로 봐줬으면 한다. 오늘 같은 빅매치에서 10대11의 수적 열세속에 0-2로 밀리는 상황,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회골을 터뜨리며 싸웠다. 우리 선수들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은 운이 좀 따르지 않았지만,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라드가 비록 퇴장으로 팀에 누를 끼쳤지만 그가 보여준 성숙한 태도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