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데렐라'./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의 신작 실사영화 '신데렐라'에는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 두 여배우가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요정 갈라드리엘을 연기했던 케이트 블란쳇과 '레미제라블'에서 어린 코제트를 맡아 키웠던 테나르디에 부인 역을 맡았던 헬레나 본햄 카터가 그 주인공이다.
이전 출연작들을 통해 두 배우들이 쌓아온 이미지를 잘 아는 관객이라면 '신데렐라'에서 이들이 연기하는 역할이 사뭇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신비로운 마스크를 지닌 케이트 블란쳇이 신데렐라를 힘들게 만드는 나쁜 계모 역을, 외모는 물론 연기까지 개성이 뚜렷한 헬레나 본햄 카터가 신데렐라에게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하는 요정 대모 역을 맡았다는 사실은 익숙한 이미지를 비트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신데렐라'./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러나 실사 영화로 새롭게 태어난 '신데렐라'에는 이 두 여배우의 캐스팅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신데렐라'는 동화 특유의 고전적인 느낌을 스크린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말레피센트'가 원작의 재해석과 현대적인 각색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영화의 주제도 매우 고전적이다. 상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소녀 신데렐라를 통해 영화는 힘든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따뜻한 마음'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진 이에게는 마법 같은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말한다. 물론 영화는 남루한 모습이지만 왕자 앞에 당당히 나서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신데렐라를 통해 환상을 즐기되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빼놓지 않는다. 신데렐라와 같은 착한 마음을 지닌 이들에게 '신데렐라'는 마법 같은 순간처럼 다가갈 것이다.
영화 '신데렐라'./월트 디즈티 컴퍼니 코리아
다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고 나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신데렐라보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계모의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죽은 남편을 대신해 두 딸을 키기 위해 돈이 나올 곳을 찾아다니며 살아온 계모에서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이 돼가는 어른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계모의 시점으로 원작을 비틀었다면 조금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생긴다.
'겨울왕국'의 팬이라면 '신데렐라'와 함께 상영되는 단편 '겨울왕국 열기'가 더 궁금할 것이다. 7분 분량의 '겨울왕국 열기'는 신곡 '메이킹 투데이 어 퍼펙트 데이'와 함께 안나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엘사와 올라프, 크리스토프의 이야기를 담았다. '겨울왕국'의 여운을 달래기에 충분한 귀여운 소품이다. 전체 관람가. 3월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