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정희 묘소 참배
민주화-산업화 세력의 화해는 가능한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화해는 가능할까. 5·16쿠데타 이후 한국사회를 양분해 온 두 진영의 진정한 화해는 반세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는 9일 야당대표로서는 처음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했다. 문 대표는 "갈등을 이제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말했지만 새 지도부의 불참으로 빛이 바랬다.
이날 문 대표의 두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는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만 함께 했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 5명은 모두 불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승만·박정희 참배에 앞서 첫 일정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 인혁당(인민혁명당) 열사들의 묘소 참배가 더 우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판은 새정치연합을 넘어 야권 전체에서도 쏟아졌다.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켜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면 현충원 무명용사탑과 보라매공원의 산업재해 희생자 위령탑을 참배하면 족하다"고 비판했다. 신당을 추진 중인 국민모임은 성명을 내 "역사에 대한 모욕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의 '업적 인정'과 존경의 의미를 갖는 '참배'를 구분하지 못한, 빈약한 역사관과 민주주의 철학 부족에서 빚어진 대중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문 대표는 2012년 9월 대선 당시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며 참배를 거부했다. 결국 대선 승리는 먼저 나서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은 물론이고 '전태일 동상'까지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문 대표가 2년여만에 입장을 바꿔 참배에 나선 것은 중도층을 겨냥한 당의 외연 확장 노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중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참배를 문 대표가 아닌 문 전 비대위원장이 주도한 점도 문제다. 문 대표는 "문 전 비대위원장이 이미 일정을 잡아 놓았다"고 말했다.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문 전 비대위원장은 분명히 전직 대통령 참배(결정)는 신임지도부의 몫이라고 했다"고 꼬집었다. 유신이 선포된 72년 대학에 입학한 문 대표는 재학시절 치열하게 박정희정권과 싸웠다. 이날 문 대표는 스스로의 앙금도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발언을 남겼다. 그는 "사실 저는 진정한 국민 통합이 묘역 참배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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