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차는 단지 차체를 키우거나 고급스런 장비를 더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메이커의 철학과 역사, 신기술을 차체에 담아내는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부 메이커를 제외하고 최고급차를 만들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우디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최고급차 분야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BMW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다. 그러다 2002년 선보인 2세대 A8(D3)이 호평을 받기 시작했고, 2009년 등장한 3세대 A8(D4)로 비로소 라이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뉴 A8은 디자인과 성능을 업그레이드 한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다. 외관에서는 새로운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눈에 띈다. 25개의 LED 램프를 조합해 완성한 헤드램프는 아래쪽으로 꺾어지는 기존 램프 모양 대신 'ㄴ'자 모양으로 바꿨다. 덕분에 한층 간결하고 정돈된 인상을 준다.
뉴 아우디 A8의 라인업은 최고사양인 A8 L W12와 고성능 모델 S8을 비롯해 TDI 디젤 엔진 모델 5종, TFSI 가솔린 엔진 모델 3종 등 총 10개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가솔린 엔진의 중심 모델인 60 TFSI다. 이 차는 V8 4.0ℓ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 61.2kg·m를 내는 고성능 모델이다. BMW 750Li, 메르세데스 벤츠 S500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공회전은 나무할 데 없이 조용하고, 이 정숙성은 고회전으로 올라가면서도 큰 차이가 없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차인 만큼 방음처리에 각별히 신경 쓴 덕분이다. 1500~5000rpm 사이에서 발휘되는 플랫 타입의 최대토크도 일품이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구간이 S500(1800~3500rpm), 750Li(2000~4500rpm)보다 훨씬 넓어 그만큼 활용범위가 다양하다.
호화 요트를 연상케 하는 변속기는 독일 ZF의 것이다. 8단까지 세분화된 변속기는 운전자의 가속 의도를 읽고 엔진의 빠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다만 R-N-D 드라이브 사이의 경계가 약간 모호해 저속에서 조작할 때 불편할 때가 있다. 각 단에서 좀 더 확실하게 걸리는 느낌을 주면 좋을 듯하다.
승차감은 한없이 부드럽다. 운전자보다는 오로지 뒷좌석 승객에 맞춘 느낌이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조절해도 안락하고 말랑말랑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경우 이 모드를 조절했을 때 A8보다 차이가 좀 더 확실했다. 직접 운전석에 앉아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라면 S클래스가 더 낫게 느껴질 수 있다.
배기량이 큰 만큼 기름을 쓸 각오는 해야 한다. 아우디가 공개한 표시 연비는 도심 7.4km/ℓ, 고속도로 11.0km/ℓ. 시가지 구간과 간선도로를 4:6의 비중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8.0km/ℓ를 기록했다. 아우디의 직분사 엔진은 정속 주행을 할 경우 다른 엔진보다 연비 차이가 두드러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장거리 정속 주행을 한다면 연비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60 TFSI의 경우 4인승은 1억7810만원, 5인승은 1억6460만원이다. BMW 750Li x드라이브가 1억8420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S500 4매틱 L이 1억9520만원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최고급차는 '기함(旗艦)'에 비유된다. '선단(船團)을 이끄는 우두머리 배'를 뜻하는 것으로, 자동차 회사 풀 라인업의 정점에 자리하는 차가 바로 기함이다. 기함이 제 역할을 할 경우 그 아래급 차들의 경쟁력도 함께 빛을 발한다. 그런 면에서 A8은 최근 아우디의 상승세를 말해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아우디 뉴 A8 60 TFSI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운전석보다는 뒷좌석이 어울린다.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 ☆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