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나 그랜저를 타던 고객이 수입차로 바꿔 탈 때 가슴 아팠습니다."
현대차 김충호 사장의 말이다. 아슬란의 등장 배경은 이 한 마디로 설명된다. 그랜저에서 제네시스로 넘어가지 않고 수입차로 갈아타려는 이들이 현대차의 최우선 공략 대상이다.
포지션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지만, 차체는 그랜저를 베이스로 했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가 2845mm로 그랜저와 같고, 트레드(좌우 바퀴 축간 거리)도 앞 1606mm, 뒤 1607mm로 그랜저 사이즈와 일치한다. 차체 높이(1470mm)도 똑같다.
그러나 차체 스타일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랜저와 달리 보닛을 세우면서 제네시스(DH)나 쏘나타(LF)의 얼굴과 비슷해졌다. 오버행(범퍼 끝부터 바퀴 축까지 거리)의 경우 그랜저는 앞이 960mm, 뒤가 1115mm인 반면, 아슬란은 앞 975mm, 뒤 1150mm로 설계됐다. 뒤쪽이 더 많이 늘어나 비례감이 좋아졌고 늘씬해 보인다.
실내 분위기는 그랜저와 쏘나타를 절묘하게 섞었다. 대시보드는 디테일을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마무리했다. 시트 착좌감은 매우 훌륭하다. 프리미엄 나파 가죽 시트에 마름모꼴 박음질 처리(퀼팅 패턴)가 적용돼 몸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도어 트림에 단 전동 시트 조절 버튼은 조절하기 편하게 시트 쪽으로 옮기는 게 나을 듯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재까지 아슬란 고객의 36.8%는 법인 고객이고, 50대 고객이 38.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기업체 임원급이 선호함을 데이터로 알 수 있다. 이런 차는 조수석 왼쪽에 시트 조절장치가 필요하다. 운전기사가 시트를 앞뒤로 조절해 뒷좌석 승객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 아쉽게도 아슬란에는 이 장치가 없다.
3.0 모델과 3.3 모델 중 시승차는 최고급형인 'G330 익스클루시브'. 최고출력 294마력, 최대토크 35.3kg·m의 성능을 지닌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현대차가 꼽은 아슬란의 경쟁차종인 렉서스 ES350(277마력), 링컨 MKZ(234마력)뿐 아니라 국산 준대형차인 한국GM 알페온(263마력), 르노삼성 SM7 3.5(258마력)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성능이다.
급가속 때의 반응 역시 경쟁차 중 가장 강력하다. 3단 기어에서 시속 140km를 커버할 정도로 변속기 매칭이 공격적으로 설정됐고, 대부분의 속도 영역에서 가속 반응이 즉각적이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인데도 고속에서 불안하지 않다. 주행 중 단차가 있는 노면을 갑자기 만났는데 서스펜션의 흔들림이 크지 않았다.
공회전 때는 진동과 소음 모두 알아채기 힘들다. 속도가 올라가도 바람소리와 타이어 소음만 조금씩 들려온다. 엔진이 워낙 조용해 다른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소음측정 애플리케이션으로 측정한 결과 시속 80km에서 67dB(데시벨), 시속 100km에서 70dB를 기록했다.
시승 중 체크한 연비는 11.2km/ℓ다. 정차구간이 거의 없는 국도를 달리긴 했지만 급가속을 여러 차례 시도한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다. 표시된 고속도로 연비(11.9km/ℓ)와의 차이도 크지 않다.
현대차가 내건 아슬란의 판매 목표는 연간 2만2000대. 매월 2000여대를 팔겠다는 것인데, 전체적인 상품성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가격은 G300이 3990만원, G330은 4190만~4590만원이고, G330에 풀 옵션을 갖추면 5065만원이다. 제네시스 G330에 엇비슷한 옵션을 갖출 경우 5800만원이므로 시장 간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슬란의 데뷔는 오피러스 단종 이후 끊어진 국산 전륜구동 고급차가 부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겨울철 주행에 불리한 후륜구동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적극 어필한다면 수입 세단으로 눈길을 돌리려는 고객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