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420d 그란 쿠페는 세단과 쿠페의 장점을 모은 매력적인 차다.
하나의 모듈로 여러 차종을 만드는 '통합 모듈'이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폭스바겐의 'MQB', 르노-닛산의 'CMF'가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비용에 비해 많은 차종을 만들 수 있고 개발기간도 단축되기 때문에 향후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이러한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미 몇 개의 플랫폼으로 수십 개의 차종을 만들며 다양한 고객 취향에 대응하고 있다. BMW는 한 술 더 떠서 1차종으로 372가지 내장재와 319가지 외장재를 조합해 생산한다. 거리에서 똑같은 차를 만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이번에 소개하는 BMW 420d 그란 쿠페 역시 이러한 개념에서 나온 차다. 한국에는 지난 5월 부산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돼 눈길을 모았다.
이 차는 BMW 최초의 중형 4도어 쿠페로, 3시리즈 플랫폼을 이용한 4시리즈 중 쿠페와 컨버터블에 이은 세 번째 파생차종이다. 3시리즈와 같은 2810mm의 휠베이스(앞뒤 차축거리)이면서도 앞뒤 트레드(좌우 바퀴 축간거리)는 4시리즈 쿠페·컨버터블과 같다. 그러면서 차체높이는 4시리즈 쿠페(1362mm)보다 높은 1389mm로 차별화했다. 제원에서 세단과 쿠페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겉모습에서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6윈도, 리프트백이 눈에 띈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유리를 내리고 문을 여닫을 때 가장 돋보인다. 길어진 루프라인에 맞게 측면에 쪽 유리를 더하면서 시야는 더욱 넓어졌다. 이는 경쟁차인 아우디 A5 스포트백과 같은 구성이다.
3시리즈 세단이나 4시리즈 쿠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트렁크의 활용성이다. 2도어 쿠페보다 35ℓ 늘어난 480ℓ의 트렁크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300ℓ까지 늘어난다. 뒤 유리까지 이어진 리프트백 타입의 트렁크 도어는 범퍼 아래에서 발을 움직여 열 수도 있다. 덕분에 스키나 서핑보드, 캠핑장비 등을 싣고 내리기에 편리하다.
뒷좌석 머리 공간(헤드룸)은 3시리즈가 가장 넉넉하고 4시리즈 쿠페는 살짝 비좁은 반면, 그란 쿠페는 쿠페보다 헤드룸이 10mm 넓다. 키 180cm까지는 불편 없이 탈 수 있을 공간이다.
420d는 320d 세단, 420d 쿠페와 같은 2.0ℓ 트윈파워 디젤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7.5초로, 320d보다 0.1초 느리다. 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주행감각이다. 3시리즈 세단만큼 안락하면서도 4시리즈 쿠페의 민첩한 핸들링이 절묘하게 조화돼 묘한 쾌감을 준다.
BMW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는 평소 앞뒤 구동력을 4:6으로 나누다가 접지력의 변화가 생기면 어느 한 쪽으로 구동력을 몰아줄 수 있다. 또한 고속주행에서는 코스팅 모드가 작동해 지능적으로 연료를 절약한다. 표시연비는 도심 14.1, 고속도로 17.9km/ℓ이고, 이번 시승에서는 12.5km/ℓ를 기록했다.
BMW 4시리즈 그란 쿠페는 앞서 등장한 아우디 A5 스포트백과 매우 유사한 개념의 차다. 가격대와 성능도 막상막하다. 4시리즈 그란 쿠페는 420i(가솔린)와 420d(디젤), 420d x드라이브 등 3가지로 나오고, 가격은 5230만원부터 6280만원까지 다섯 종류가 마련된다. 시승차인 420d x드라이브의 가격은 6110만원으로, 같은 파워트레인을 얹은 320d나 4시리즈 쿠페보다 조금 비싸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가솔린 모델인 420i 그란 쿠페를 고르는 것도 괜찮다.
BMW 420d 그란 쿠페 x드라이브
세단과 쿠페, 왜건의 장점을 모았다. 가격은 약간 비싸다.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 ☆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