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견해차·불투명한 미래에 결국 해체 결정
'한국 최초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전격 해체를 결정했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창단을 선언, 같은 해 12월 12일 본격 출범한 고양 원더스는 3시즌 만에 해체 소식을 알려와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고양 원더스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작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단을 3년간 운영하면서 창단을 제의했던 KBO와 구단 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아쉽지만 2014년 시즌을 끝으로 여기서 도전을 멈추고자 한다"며 "당분간 훈련 여건을 최대한 제공하면서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구단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원더스는 이날 오전 고양시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선수단 미팅에서 해체 결정을 통보하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2∼3개월치 월급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코칭스태프가 프로구단 테스트를 앞둔 선수들의 훈련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혀 구단은 훈련 장소를 제공하고 훈련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방출 선수 주축 기적 일궈내
원더스는 2011년 겨울 프로구단에 지명받지 못하거나 방출당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창단했다.
원더스는 퓨처스(2군)리그에서 번외경기를 펼치며 2012년 48경기를 소화했다. 그 해 20승 7무 21패(승률 0.488)를 기록했고 지난해 27승 6무 15패로 승률을 0.643으로 끌어올렸다. 올해는 교류전을 90경기로 확대했고 43승 12무 25패 승률 0.632를 기록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첫 프로 구단으로의 입단은 투수 이희성이 달성했다. 2012년 7월 이희성이 LG 트윈스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KT 위즈와 계약한 외야수 김진곤까지 22명이 프로에 입단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8월 열린 프로야구 2015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는 포수 정규식이 LG 2차 4라운드 지명으로 원더스 선수 최초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성했다. 정규식은 계약을 마치면 원더스 출신 23번째 프로야구 진출 선수가 된다.
독립리그가 없는 상황에서 원더스는 한국 프로야구 퓨처스 리그팀과 교류전 형식으로 경기를 치렀고 매년 KBO와 경기 수에 대해 논의해 왔다.
원더스 측은 꾸준히 KBO에 퓨처스리그 정규편성을 요청해 왔고 KBO는 48경기였던 교류전 수를 올해 90경기로 늘리며 내년에도 90경기를 치르기로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원더스는 경기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 김성근 감독 향후 행보 주목
고양 원더스 김성근(72) 감독은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다.
초대 사령탑으로 3시즌 동안 원더스를 이끌어 온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구단이 사령탑을 교체할 때마다 영입 1순위로 거론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각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성근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을 때마다 "고양 원더스가 존재하는 한, 팀을 떠날 수 없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구단의 이번 해체 결정과 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감독 영입 작업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1984년 OB 베어스의 사령탑에 오른 뒤 20시즌 동안 주로 패배에 익숙한 만년 하위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개조의 1인자'로 명성을 높여 왔다.
2007∼2010년 SK를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고 3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은 절정에 올랐다.
김성근 감독은 고양 원더스 해체와 관련해 "일단 원더스 선수들이 시즌 종료 후 열리는 프로야구 구단의 신고 선수 선발 테스트나 일본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매년 사비를 털어 구단을 지원했던 허민(38) 구단주와 김성근 감독의 만남도 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었으나 "원더스를 통해 한국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은 이로써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