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배려해 위안부 모집주체를 '군(軍) 요청받은 업자'로 수정했다."
일본 정부가 '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발표)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담화 검증 결과를 20일 내놓아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보고한 고노담화 검증 결과 보고서는 한국과의 고노담화 문안 조정에서 위안소 설치에 관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시의 강제성 등 3가지가 논점이 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군위안부 모집의 주체에 대해 '군 또는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표기하자는 한국의 의견과 '군이 아닌 군의 의향을 수용한 업자'로 하자는 일본의 의견이 대립했으나 결국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를 모집 주체로 표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위안소가 '군의 요청'에 의해 설치됐다는 내용도 한국과의 조율을 거친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는 군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명시하라는 한국 측 의향을 바탕으로 담화에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反)하여 (모집이) 이뤄졌다"는 문구가 들어가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양국 정부가 당시 문안 조정 사실을 대외 공표하지 않는다는데 뜻을 같이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적시돼 있다.
이번 보고서는 아베 정권과 일본유신회, 산케이 신문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강경 우익 성향인 산케이는 2012년 12월 말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고노담화 작성과정에서 한일간에 물밑 협의가 있었다"는 보도와 사설을 쏟아내며 담화 수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한일간에 했다는 외교교섭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검증 보고서 내용으로 미뤄 담화가 한일 양국의 조율을 거친 결과물로 해석될 수 있어 한일관계의 추가 악재가 될 가능성도 크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의 개요를 한국 측에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고노 담화는 피해자 16명에게서 20개월 동안 철저한 증언을 듣고 양국 검증을 거쳐 나온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의 초점을 불손한 의도로 흔들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