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스크린으로 이동 중 회의 가능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된 실내공간
최근 국내에서 오토캠핑이 큰 인기를 끌면서 RV의 인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RV는 크게 SUV와 미니밴으로 나눌 수 있는데, 미니밴의 선구자는 미국 크라이슬러다. 1983년 등장한 플리머드 보이저와 닷지 캐러밴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차종이 히트하면서 크라이슬러는 미니밴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게 된다. 이후 플리머드 디비전이 없어져 '크라이슬러 타운&컨트리'와 '닷지 그랜드 보이저' 두 차종으로 통합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두 차종의 시장이 겹친다는 이유로 닷지 그랜드 보이저를 없애고 크라이슬러 타운&컨트리만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 수출되는 모델의 이름은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다. 미국 내수용과 같은 모델이지만 각기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선택해 합친 결과 이렇게 결정됐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뉴 그랜드 보이저는 편의장비를 대폭 보강했다. 타깃은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이나 의전용 차가 필요한 대기업들이다. 경쟁차종과 다른 것 중 하나는 2개의 천장 수납형 LCD 스크린을 내장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1개의 스크린을 설치한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와 비교할 때 3열 승객의 시청이 훨씬 수월하다.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연결해 스크린으로 볼 수도 있어서 이동 중 회의도 가능하다.
시트 배치도 독창적이다. 미국 내수용의 경우 2열과 3열이 모두 바닥에 수납되는 스토우 앤 고(Stow'n Go)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한국 수출형에는 2열에 나파 가죽을 사용한 VIP 패키지 시트를 적용해 럭셔리 세단 못지않게 안락하다. 3열 시트를 접으면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어 짐 공간이 더욱 넓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계기반 바로 옆에 있는 변속기가 눈에 띈다. 센터콘솔 쪽에 달린 방식에 비해 낯선 감이 있지만, 운전 중에 조작하기에는 더 편하다. V6 3.6ℓ 가솔린 엔진은 283마력의 출력으로 동급에서는 가장 우월하다. 가속 반응은 빠르고 경쾌하며 큰 덩치를 날렵하게 이끈다.
대신 경쟁차종 중 가장 낮은 연비(복합 7.9km/ℓ)가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오딧세이의 복합연비는 9.1km/ℓ, 시에나는 8.5km/ℓ로 그랜드 보이저보다 낫다. 이번 시승에서 그랜드 보이저는 6.0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그랜드 보이저는 미국차의 고질병인 마무리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점이 돋보인다. 승차감이 안락하면서도 고속주행에서도 안정감이 있어서 여행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가격은 6070만원으로 고급 세단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다. 5명 이상이 자주 탑승하거나 장거리 이동을 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차다.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I
미니밴의 기능에 충실했다. 연비는 좀 아쉽다.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 ☆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