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고 믿고 구매하는 제품이 있다. 크라이슬러의 모델 중에는 300C가 바로 그런 경우다. 2000년대 초반, 크라이슬러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합병했을 때 개발된 이 차는 당시 벤츠 E클래스를 바탕으로 한 LX 플랫폼이 기반이 됐다. 크라이슬러의 가솔린 엔진과 벤츠의 디젤 엔진을 얹은 이 차는 탄탄한 섀시를 바탕으로 한 믿음직한 주행성능이 일품이었다.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에 인수된 이후에 나온 뉴 300C는 2011년에 한국에 소개됐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3.6 가솔린 엔진을 얹은 사륜구동(AWD) 모델이다. 지난해 말에 한국에 처음 소개돼 300C의 라인업을 다양화해주는 데 일조했다.
엔진은 기존 모델 그대로 286마력의 최고출력과 36.0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여기에 능동형 트랜스퍼 케이스를 장착해 4륜구동 시스템을 완성했다. 평상시 주행은 기존 모델처럼 후륜구동의 느낌이다. 그러다가 급가속이나 접지력의 변화가 생겼을 때 앞바퀴로 동력을 배분해 접지력을 높인다. 구동력 배분은 매우 재빠르게 이뤄지고 큰 충격이 없다.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다.
후륜구동에 비하면 115kg이 무거워졌는데,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 4륜구동의 구동력 배분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덕분이기도 하다. 핸들링 역시 후륜구동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무거워진 차체 중량 때문에 연비에서는 손해를 봤다. 표시 연비는 도심 7.6km/ℓ, 고속도로 11.3km/ℓ, 복합 8.9km/ℓ로, 후륜구동 모델(도심 8.1, 고속도로 12.1, 복합 9.5km/ℓ)에 비해 떨어진다.
이런 결과는 300C 디젤 모델과 4륜구동을 조합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실제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은 디젤 엔진과 4륜구동을 조합한 모델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300C AWD의 가격은 6640만원. 독일 동급 경쟁차에 비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가격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대차에서 제네시스 4륜구동 모델(4910만~7210만원)을 출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됐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크라이슬러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수입차 중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서비스 만족도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크라이슬러 300C AWD
주행안전성이 더욱 좋아졌다. 연비는 썩 좋지 않다.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 ☆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