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이에 정상에 오른 엘리트 개그맨이었던 손헌수(34)가 굴곡진 인생을 거쳐 멀티 엔터테이너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영화·뮤지컬을 섭렵한 만능 배우, 영화 연출·제작자, 심지어 '국내 최초 군대 두 번 간 연예인' 등 각종 타이틀을 보유했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대중에 가까이 가지 못 했던 내 탓"이라고 말하는 그가 노래하는 개그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노린다.
◆두 번 군입대는 싸이보다 선배
싸이가 월드스타로 부상하기 전 그를 화제의 중심에 몰고간 사건은 두 차례 입대였다. 그러나 최초로 군대에 두 번 간 연예인은 손헌수다. 2007년 방위 산업체에서 대체근무를 하던 중 싸이 등과 함께 검찰에 부실 근무자로 적발돼 재입대한 것이다.
"방위 산업체에 들어간 지 1년 2개월째에 4주간 훈련소 생활을 하고 나와 나머지 대체 복무를 하려고 하는데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어요. 당시에는 억울한 부분도 있었지만 떳떳해지고 싶어 입대를 결정했어요. 다시 훈련소에 들어가 23개월간 현역 육군 병사로 복무했죠. 싸이 형님만큼 화제가 되지 않는 점이 때론 서운하기도 하지만 당시 결정을 후회하진 않아요."
28살에 시작한 군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틈이 날 때마다 독서를 하며 자신을 발전시켜 갔다. 18세에 대학로 연극 무대에 데뷔하며 세웠던 '한국의 주성치'가 되겠다는 목표에 한발 다가갔다. 영화 공부를 했고, 전역과 동시에 단편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첫 작품인 단편 코믹 다큐 '통키는 살아있다'를 제작·연출·주연해 2010년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최근까지 네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포럼 등에 초청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첫 장편영화에 도전합니다. '영웅은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가을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가수 겸업 이유있는 변신
여러 분야에서 끼와 재능을 보여온 그가 가수 겸업을 선언했다. 행사를 위한 이벤트성 음원 발표가 아닌 이유 있는 변신이다. 2002년 '큐빅스의 대모험'을 시작으로 '달고나' '동키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에서 활동하며 여러 차례 가수 전업을 제의받아온 그는 고민 끝에 새로운 길을 가기로 했다.
"여러 제의를 거절했던 건 제 고집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박명수 선배님을 보면서 본연의 길을 가면서 다른 영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얻었죠."
데뷔곡 '다녀오겠습니다'는 시카고 하우스풍의 리듬에 신나는 기타플레이를 가미한 곡이다. 올해 그래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다프트펑크 스타일의 곡이다.
새로운 도전에 든든한 지원도 받았다. 박명수의 '제8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매니저인 정석권 대표가 그와 전속계약을 맺고 '제2의 박명수'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박명수가 가수로 입지를 다지게 한 '바다의 왕자'를 만든 이주호 작곡가가 이 곡을 만들었다.
손헌수는 15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데뷔 무대를 열었고, 기대에 부응하듯 귀에 박히는 멜로디와 포인트 안무로 단 번에 화제를 모았다.
"이번 앨범의 목표는 다음 앨범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을 받는 거예요. 이 곡으로 대중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 간판 개그맨의 새출발
2000년 데뷔와 동시에 MBC '코미디 하우스'의 코너 '허무개그'로 대박을 터트리며 약 1년간 국내 최고 인기 개그맨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MBC '연예대상'과 '한국방송대상' 신인상,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등을 휩쓸었고 10여 개의 CF 모델로 활약했다.
또 '야인시대'를 시작으로 7편의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큰 인기를 누렸다.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성공을 맛보다 보니 연예계 생활을 어떻게 해야할 지 많은 혼란을 겪었어요. 지금 제게는 어떤 부나 인기도 남아있지 않지만 오히려 잘 된 것 같아요.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거니까요. 대부분 제가 어떤 이력을 지녔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묻혀온 삶을 살았는데 그게 오히려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