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S클래스와의 첫 대면은 극적이었다. 2012년 독일 출장 때 위장한 채 달리는 뉴 S클래스가 우리 시승차 앞으로 달리고 있었던 것. 마침 나는 동승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카메라를 쥐고 있던 터라 재빨리 S클래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외신을 제외하고 국내 언론이 뉴 S클래스의 모습을 직접 담은 것은 그때가 최초였다.
한국에서의 공식 데뷔는 2013년 11월에 했고 시승차는 두 달여가 지난 뒤에 만날 수 있었다. 기자에게 도착한 차는 'S500L'. 6가지의 모델 중에 중간급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전면 디자인은 아직 낯설기 때문인지 몰라도 구형이 더 나아 보인다. 전 세대 모델은 균형과 비례감이 좋았던 반면에 이번 모델은 다소 복잡한 인상을 지녔다. 그러나 램프를 켜면 뉴 S클래스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LED 램프는 영롱하게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뉴 S클래스에는 '시프트 바이 와이어' 기술을 적용한 트랜스미션이 적용됐다. 이 기술의 장점 중 하나는 센터 콘솔 대신 스티어링 칼럼에 기어레버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BMW는 크리스 뱅글이 디자인했던 7시리즈에 이런 방식을 썼다가 다시 센터 콘솔에 기어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돌아갔으나, 메르세데스 벤츠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손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아쉬움은 크지 않다.
S500L은 V8 4.7ℓ 가솔린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455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동급 모델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파워다. 기존에는 BMW 750i가 449마력으로 가장 높았다. 구형 S500의 경우 배기량이 5.5ℓ로 BMW 750i보다 크면서도 출력이 388마력에 불과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들었으나 이번에 다운사이징을 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출력은 높아졌으나 주행 중에는 적막감이 감돌만큼 조용하다. 기존 독일차가 약간의 소음을 '사운드'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정숙성은 렉서스 LS와 1위를 다툴 정도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뉴 S클래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서스펜션 셋업이다. '콤포트'와 '스포츠' 두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두 모드의 차이가 명확하다. 뒷좌석에 사장님을 모실 때는 콤포트 모드로 안락감을 높일 수 있고, 고속주행을 즐기고 싶을 때는 스포츠 모드가 차체를 확실하게 잡아주며 위력을 발휘한다.
S500L 이상에 적용된 '매직 보디 컨트롤'은 승차감과 핸들링을 한 차원 더 끌어올렸다. 룸미러 뒤편에 마련된 카메라가 노면을 스캔하고 고저 차이에 따라 충격을 미리 흡수하는 메커니즘이다. 서스펜션 모드는 두 가지 밖에 없지만, 동급에서 가장 다양한 세팅이 가능한 아우디 A8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성 면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프리세이프 브레이크'다. 주행 중 차간 거리를 인식하다가 앞차와 너무 가까워지면 충돌 직전에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시스템이다. 특히 보행자 인식 기능이 더해져 불의의 사고를 겪을 가능성을 대폭 줄였다. 이번 시승에서도 앞차의 급제동에 대응해 차가 알아서 멈추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뒷좌석의 크기는 넉넉하게 설계됐는데, 앞 시트 뒤에 달린 모니터가 약간 돌출된 점이 거슬린다. 모니터가 돌출되면 뒷좌석 승객의 얼굴이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보기에도 안 좋다. BMW 7시리즈의 경우 이 모니터가 시트에 밀착돼 있어 이런 거슬림이 없다.
뉴 S500L은 승차감과 핸들링이 가장 돋보인다. 재규어 XJ가 운전자 중심의 차이고 렉서스 LS가 뒷좌석 위주의 차라면, 뉴 S클래스는 앞뒤 승객에게 두루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동식 뒷좌석 설계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희생된 점은 옥의 티다. S500L의 복합연비는 8.5km/ℓ이고 도심연비는 7.2km/ℓ인데, 이번 시승에서는 5.5km/ℓ를 나타내며 기대에 못 미쳤다.
뉴 S클래스의 가격은 1억2990만원(S350 블루텍)부터 2억2200만원(S500 에디션1)까지 6종류가 있다. S500보다 훨씬 강력한 출력을 내는 S63 AMG는 2억1300만원으로, 시승차인 S500L(1억9700만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속주행을 즐기는 이라면 좀 더 투자해 S63 AMG를 선택하기를 권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S500L
렉서스만큼 조용하고 BMW처럼 강력해졌다.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 ☆는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