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하면 911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911와 박스터, 두 종류로 한참을 버텨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포르쉐가 약 10년 전부터 방향을 바꿨다. 스포츠카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나온 차가 SUV '카이엔'이고, 그 뒤에 쿠페 '카이맨'이 더해졌으며 럭셔리카 시장을 넘보는 '파나메라'까지 등장시켰다.
이번에 시승한 파나메라는 2세대 모델로, 2009년 데뷔 후 4년 만의 모델 체인지다. 변화 범위는 크지 않다. 에어 인테이크는 키우고 헤드램프는 더욱 역동적으로 다듬었다. 뒤쪽으로 더 기울어진 앞 유리 덕에 실루엣은 더 길어 보이고, 넓어진 뒤 유리로 시인성을 높였다.
파나메라는 큰 덩치로 인한 나쁜 연비가 약점이었는데, 이번에 다운사이징을 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4S와 S 모델에는 기존의 V8 4.8ℓ 엔진을 대체하는 V6 3.0ℓ 바이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새 엔진은 기통수와 배기량을 줄였지만 최고출력은 20마력 증가했고 최대토크는 2.04kg·m 늘어났다. 더불어 연비효율도 18% 이상 좋아졌다.
강철과 알루미늄, 마그네슘을 적절히 혼합한 공차중량은 1870kg다. 파나메라보다 덩치가 약간 작은 신형 제네시스 3.8 AWD가 2000kg에 이르는 데 비하면, 파나메라의 경량화는 더욱 돋보인다.
이러한 데이터는 실제 주행감각에서도 그대로 증명된다. 효율 좋은 PDK 변속기와 어우러진 엔진은 1750~5000rpm의 넓은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마음껏 뿜어낸다. V8 4.8ℓ 엔진을 얹었던 구형이 3500~5000rpm 구간에서 나오던 것에 비하면 활용구간이 한층 넓어진 것이다.
이번 모델체인지에서 눈에 띄는 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이그제큐티브 모델의 추가다. 전기를 충전해 구동하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아직 국내에서 선보이지 않지만, 휠베이스가 150mm 늘어난 이그제큐티브 모델은 경쟁 럭셔리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기존 파나메라의 뒷좌석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탓에 일부 수요층의 이동도 점쳐진다.
문제는 포르쉐의 가격 정책이다. 파나메라 4S의 기본 가격은 1억6090만원. 플로어 매트(30만원)가 포함된 코리안 패키지는 3500만원이고, 여기에 추가 옵션(4290만원)까지 모두 더하면 2억3350만원이다. 있으면 좋을만한 사양들을 옵션으로 돌려놓은 탓에 기본 가격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포르쉐의 모든 모델들이 이런 식의 가격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차 못지않게 '옵션 장난'을 친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파나메라는 독특한 플래그십 모델을 찾을 때 눈여겨 볼만한 차다. 그러나 911 같은 운동성능을 기대하는 이는 실망할 수도 있다. '포르쉐'하면 911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파나메라가 외면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르쉐 파나메라 4S
파워는 높이고 연비를 개선했다. 옵션 정책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