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구 매장에 가면 당연한 것임에도 늘 놀라게 하는 광경이 있다. 침실의 침대가 무조건 퀸사이즈 더블침대라는 점. 머리맡의 디자인이 조금씩 다를 뿐, 어른들의 침실에선 마치 꼭 저렇게 붙어자야하는 것처럼. 비슷하게는 4인용 식탁이 있겠다.
결혼 전에 주로 새로 마련하는 가구이니, 신혼부부들이 한 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은 마음은 이해한다. 오랜 세월 싱글침대에서 잤던 사람들에게는 더블침대가 주는 환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사정이 달라진다. 결혼은 기어코 생활이다. 아내에게 팔베개를 해주면서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남편, 천사같은 표정으로 남편의 넓다란 가슴에 코를 묻고 자는 아내,는 오래 못 간다. 행여나 한 사람이 귀가가 늦으면 지레 알아서 소파로 가서 잔다. 코골이나 숙취냄새로 배우자의 숙면을 망치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사랑의 이름으로.
아이가 태어나서 잠자리는 또 한 번 뒤집힌다. 남편은 아침 출근을 지장받지 않기 위해 작은 방에서 자고 밤에 수차례 깨어나야 하는 아기와 엄마가 안방을 차지한다.
이맘때 나는 아예 더블침대를 처분하고 뒹굴기 안전하게 바닥에 요를 깔고 잤다. 그렇지 않아도 더블침대는 부부의 체중차이로 매트리스가 망가져서 허리가 아팠다. 그 즈음부터인가, 여행 갈 때도 더블침대 대신 트윈 침대로 예약했다. 로맨틱보다 몸이 편한 게 우선이었다.
어느덧 세월은 더 흘러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를 잘 때 떼어놓기로 했다. 이대로 뒀다간 영영 같이 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이젠 좀 남자랑 자고 싶다고 웃으며 선언했다. 아이의 싱글침대를 사면서 부부의 잠자리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가구매장의 침대들을 그렇게 둘러보는데 예전엔 어떻게 덩치 큰 성인 둘이 퀸사이즈 더블침대에서 배나 등 꼭 맡대고 잤을까 싶다. 큰 마음 먹고 킹사이즈 침대를 살까했는데 그건 또 너무 거창하고 웅장해보였다. 그 때 남편이 깔끔한 선택을 제시했다. 심플한 싱글침대 두 개를 붙여서 쓰자고. 물론 이불도 두 개다. 결과는 대성공. 곁에 있지만 독립적이고 서로에게 걸리적대지 않는 우리와 꼭 닮은 잠자리였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