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의 댄 스캔론(왼쪽) 감독과 코리 라이 프로듀서가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픽사(이하 픽사)의 주요 관계자들이 처음 한국을 찾았다. 12일 개봉될 '몬스터 대학교'의 댄 스캔론 감독과 코리 라이 프로듀서가 2박3일의 일정으로 4일 내한했다. 홍보를 위해 도착 당일 서울 남산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이들은 작품속 두 주인공인 괴물 마이크와 설리처럼 시종일관 유쾌한 언변을 과시했다.
▶ 프리퀄의 단점인 결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
이 애니메이션은 2001년 개봉됐던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이다. 상영 첫주 사흘동안 북미 지역에서 6350만 달러(약 700억원)를 벌어들였던 '…주식회사'에 이어, '…대학교'도 올해 6월 개봉 당시 8200만 달러(902억원)를 쓸어담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인간들을 겁줘 얻어내는 에너지로 살아가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단짝 마이크와 설리가 몬스터 대학 시절에는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1편에 버금가는 기발한 상상력과 짜임새 넘치는 이야기가 전 연령대의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픽사의 대표작인 '카'와 '토이 스토리 2'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활약했고, '…대학교'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스캔론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론 처음 시도되는 프리퀄이란 점 때문에 매우 어려웠지만 무척 흥분되는 작업이었다"며 "결말부가 이미 정해져 있는 프리퀄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려 애썼다. 의욕과 열정만 앞서는 두 주인공이 시련을 딛고 '겁 주기'의 달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 코리 라이 프로듀서가 극중 괴물처럼 겁주기 포즈를 선보이고 있다./뉴시스
▶ 새로운 제작 기법의 대향연
발표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로 유명한 픽사는 '…대학교'에서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제작 기법을 선보인다.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기법으로 빛에 사실감을 더하고, 역대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많은 22만7000여 개의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과시한다.
또 1편에선 기술의 한계 탓에 털복숭이 괴물이 설리 한 마리(?)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수 십 마리로 늘어나 한층 재미난 볼 거리를 제공한다.
스캔론 감독은 "미 동부와 캘리포니아 주 일대의 대학들을 돌아다니며 실제 캠퍼스 전경과 학생들의 행동 방식은 물론 지저분한 기숙사 방까지 모두 참고했다. (웃음) 극중 몬스터 대학과 재학생들이 왠지 낯익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라며 "마이크와 설리의 친구로 마마보이 괴물인 스퀴시의 목소리는 한국인 아티스트 피터 손이 더빙했다"고 제작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댄 스캔론 감독이 극중 괴물처럼 겁주기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 애니메이션 불황은 남의 얘기?
여전히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는 별다른 정보가 없는 듯했다. 라이 프로듀서와 스캔론 감독은 "한국영화 산업이 대단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꼭 오고 싶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애석하게도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본 작품이 없다. 제작 기간인 5년 동안 워낙 바빠 할리우드 영화도 보지 못했을 정도"라며 양해를 구했다.
할리우드 아니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업체의 주축들답게 자신감은 넘쳐흘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대상 연령층이 점점 내려가면서 애니메이션의 입지가 좁아지고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타개책은 있는가"란 질문에 라이 프로듀서는 "픽사는 언제나 전 연령층을 상대로 작품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도 상관하지 않는다"며 "스토리·유머·감동이 있는 작품이 준비되면 제작에 들어갈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디자인/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