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황의 장기불황을 예상하며 임직원들의 업계 탈출 러시가 시작된 가운데 증권사 오너와 임원들은 자사주 사재기를 통해 시세차익 기회를 노리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침체 장기화 속에 임직원들의 탈출러시가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이 증권업황 악화에 따라 사내 과장 및 대리급 인력 100명을 금융·전자 계열사로 전환배치하기로 하고 지난달 중순부터 신청을 받았는데, 마감 결과 계획보다 수십 명이 초과했다.
이들이 이동하게 될 계열사는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와 삼성전자 마케팅 분야 등 총 5개사다.
삼성증권 사원들의 타 업종 이직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증권업황이 장기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퍼져있는 까닭이다.
삼성증권만 해도 연결 영업이익이 2291억2900만원으로 전년보다 21.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743억2100만원으로 9.4% 줄었다.
삼성증권 홍보팀 직원은 "남들은 엄살이라고 하겠지만 이후에 인적구조조정이 진행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직원들의 동요와는 달리 증권사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 사외이사들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일단은 주가방어의 목적이다. 하지만 자사주 폭락을 시세차익 실현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들은 코스피 지수가 6월 한때 11% 이상 추락하자 싼값에 회사 주식을 사재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최소 10여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사외이사들이 자사주를 무더기로 사들였다.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은 6월 한 달간 100∼200주씩 10여차례에 걸쳐 유화증권 보통주 1천670주와 종류주 4천주를 장내매수했다. 정해영 한양증권 대표이사와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이사도 6월에 각각 3거래일과 2거래일 동안 3천주와 8000주씩을 사들였다. 삼성증권 사외이사인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지난달 28일 자사주 200주를 주당 4만5300원에 장내 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