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시중의 부동 자금들이 단기금융상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박스권에 갖힌 주식시장은 물론 은행 예금 금리도 너무 낮아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금들이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에 일단 '돈을 머무르게' 해두면서 다른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시중은행 예금은 계속 줄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돈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대표적인 대기성 단기금융상품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MMF에는 최근 4129억원이 들어왔다. 총 설정액은 74조9343억원이고, 순자산도 75조8903억원이 됐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얹어주는 CMA도 반짝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 CMA 잔액은 4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4월말 기준으로 보면 CMA 잔액은 올해 들어서만 1조9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금융가에서는 단기금융상품의 인기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돈이 집중된 탓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지수가 1900선에서 횡보해 거래수수료를 빼면 주식거래로 얻는 수익이 거의 없는데다, 은행 금리도 낮다"며 "물가상승률만큼은 수익을 내야한다고 보면, 단기 상품에 자금을 머물게 하고 투자 기회를 엿보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단기금융상품에 시중자금이 쏠리는 것과는 달리 시중은행 예금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여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4조2000억원, 1조70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1조2000억원 감소했다.연 2%대 예금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 금리는 거의 제로 상태로, 돈을 맡겨둘 만한 매력이 상당부분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