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정부정책에 엇박자를 보였다. 기준금리를 연 2.75%로 6개월째 동결했다. 경기회복의 징후에 무게를 둔 것이다.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의 예상을 뒤집었다. 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오히려 향후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1일 한은은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워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다.
금리동결은 일반적인 시장 예상과는 어긋난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부양 정책과 엇박자를 보인 결정이다.
박상규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지난달 말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3%로 대폭 하향하며, 경기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좋지 않음을 시사했다"며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관련 일련의 정책을 발표하고 추경 편성을 진행하는 등 경기진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중으로 정책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금리동결은 한은이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수준이고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점 등 미약하나마 경기회복의 징후가 있다는 판단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한만큼 효과를 지켜보자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정책 여력을 비축한 뒤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유동성 등으로 볼 때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진다게 문제"라며 "정부가 꺼내 든 부양책이 2분기 내에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점검하면서 건전성을 아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대북 리스크 증가라는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효과가 묻힐 수 있다"며 "오히려 자금이탈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리동결이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와 어긋난 결정인 만큼 정부정책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혼란이 우려된다.
당장 정부로서는 17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추경과 관련한 자금조달 비용의 축소 유인이 사라졌다. 자금의 상당부분이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될 것인데, 기준금리 동결은 채권금리의 상승을 부추켜 정부의 자금조달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날 금리동결 소식이 전해진 후 국채선물 6월물은 급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