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시리즈는 렉서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비결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차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의 '안락함'이다.
시트의 포근함, 주행 중 소음을 잡아주는 정숙성, 도로 상태를 탑승자와는 관계가 없는 일로 만드는 부드러운 서스펜션 등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이 독일차가 급부상하면서 되레 약점으로 전락했다.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지겹다고 했던가. 독일차의 밟는 죽죽 치고 나가는 '질주 본능'에 매료된 소비자들이 렉서스의 안락함보다는, 다소 불편해도 '잘 나가는' 독일차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이에 렉서스는 풀체인지 ES350을 최근 내놓았다. 디자인에서부터 이러한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무난하다고 여길 수 있는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는 역동적이고 날렵한 외관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렉서스도 독일차처럼 직진 본능이 있다'는 것을 시위하고 있다. 시동을 켰더니 엔진 진동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나타났다. 렉서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속도를 올려보니 엔진음이 들리면서 고속 주행을 하자 풍절음과 노면음도 제법 올라왔다. 결국 가속 성능 향상을 위해 약간의 '안람함'이 줄어든 셈이다. 3500cc V6 엔진은 최고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35.3kg·m, 복합 연비 10.3km/ℓ를 마크했다.
결국 이번 ES 시리즈는 렉서스 특유의 DNA를 계승하면서 독일차의 퍼포먼스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국내에서 '아우토반'과 같은 도로를 달릴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에 지금 나온 렉서스 시리즈는 어찌보면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렉서스의 본질이 현실과 타협으로 조금은 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5630만~ 62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