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봉될 '웜 바디스'는 참으로 해괴망측하지만 귀엽고 심지어 상큼하기까지 한 변종 로맨스물이다. 좀비 청년과 인간 처녀의 말도 안 되는 사랑 이야기를 '로미오와 줄리엣' 식으로 풀어낸 아이디어가 꽤 그럴 듯해서다.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이 아주 어렴풋이 남아 있는 초보 좀비 알(R·니컬러스 홀트)은 동료 좀비들과 줄리(테레사 팔머) 일행을 습격하고 줄리의 연인을 뇌까지 먹어치운 뒤 갑작스러운 변화를 감지한다. 연인의 기억이 자신의 뇌로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줄리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알은 무리로부터 구해낸 줄리를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가 따뜻하게 보살핀다. 이들은 줄리가 인간 저항군의 리더인 아빠(존 말코비치)에게 돌아가면서 헤어지게 되고, 사랑에 힘입어 다시 인간처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는 걸 확신한 알은 위험을 무릅쓰고 줄리를 찾아간다.
진정한 사랑과 소통만이 지구상의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식의 마무리는 살짝 구태의연하다. 그러나 무료한 일상과 외로움에 찌든 현대인을 공포의 대명사인 좀비로 묘사하고, 인간성의 회복 과정을 좀비의 치유에 비유하는 대목은 대단히 위트가 넘치고 유쾌하다.
휴 그랜트와 공연한 '어바웃 어 보이'의 아역에서 어느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키다리 미남 스타로 성장한 니컬러스 홀트의 '훈남 좀비' 변신이 웃음을 자아내고, 테레사 팔머의 봄 햇살처럼 화사한 미모와 존 말코비치의 냉혈한 연기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1980년대 팝 음악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겐 존 웨이트의 '미싱 유' 등 예전에 즐겨들었던 노래들을 삽입곡으로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