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귀국한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당일 개표 결과도 지켜보지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난 지 83일 만이다. 안 전 교수는 귀국 후 '4.24 재보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원병 출마를 결심한 배경과 함께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 정치 개혁 구상 등 자신이 지향하는 새정치 비전도 소상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대선이 끝난 지 채 3개월도 안 돼 정치 일선에 복귀하는 셈이다.
안 전 교수의 이른 복귀는 다소 예상 밖이다. 당초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것으로 내다봤던 데 비하면 발 빠른 행보다. 현 정치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장관 하나 없는 절름발이 상태다. 여야 간, 청와대와 야당 간 구태의 극한 대치만 있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졌다. 지금이 바로 새정치를 표방하는 자신이 나설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시각은 좀 복잡하다. 안 전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한 축으로서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권은 그렇다 쳐도 야권에는 그의 조기 복귀가 과연 온당한 것인가 하는 비판 기류가 없지 않다. 민주통합당은 특히 떨떠름한 분위기다. 대선 패배 후 아직 당 지도부도 정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안철수 바람'이 불면 당의 존재감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하필 출마 지역이 노원병이냐는 점도 논란거리다. 노원병은 '삼성 X파일' 공개로 '억울하게' 의원직을 잃었다는 얘길 듣고 있는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다. 야권에는 노 전 의원의 '기득권'을 인정해 줘야한다는 흐름이 존재한다. 그런 마당에 안 전 교수는 여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자신의 출신 지역인 부산 영도가 아닌 야권 강세 지역인 노원병을 택한 건 '쉬운 길로 가려는 낡은 정치 행태'라는 지적이다.
대선 주자답지 못한 행보라는 비판이다. 노 전 의원이 "가난한 집 가장이 밖에 나가 돈 벌 생각을 해야지, 왜 집 안에 있는 식구들 음식을 나눠 먹으려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린 것은 그 때문이다. 저간의 사정을 고려할 때 안 전 교수는 뜬구름 잡는 새정치가 아니라 '안철수식 정치'의 실체와 비전, 실천 계획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책무가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 역시 '구태 정치인 중 한 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