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의 재건축 시장이 반등했고, 아파트 값도 2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아파트경매 시장에서는 초경합 사례까지 나왔다. 2년 넘게 겨울잠을 자던 부동산시장에 봄이 오고 있다는 징후로 읽힌다.
다만 이 같은 징후들이 상당부분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꽃이 만개하는 봄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5일 닥터아파트가 2월 서울 아파트 값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매가 변동률이 0.03%를 기록했다. 월간 변동률로 서울 아파트 값이 플러스를 보인 것은 2011년 2월(0.15%) 이후 24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 값 상승은 강남, 송파, 서초, 강동 4개구가 견인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시장 변동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지는 재건축시장도 반등에 성공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마지막 주 서울 재건축 가격은 1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가격이 오르며 거래가 이뤄져 2월 한달 간 0.86% 상승했다.
또 작년말 취득세 감면 중단 우려로 거래 절벽 현상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월보다 늘어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비롯해 강북권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저가 매수 문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6월말까지 취득세 감면이 연장되고, 급매물이 처분되고 있다"며 "재건축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 위주로 보면 매수자가 나타나고 있고, 일부 집주인은 급매물을 회수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일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전반적으로도 재건축 시장을 앞세워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3% 대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낮은 금리로 대출 받아 집을 살까 하는 생각이 퍼져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아파트 경매시장은 이미 봄이 왔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 들어 아파트 경매에 응찰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물건에는 수십 대 일의 초 경합 사례가 속출했다. 중소형 아파트이면서 2회 이상 유찰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소액 물건들이 주 대상이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연장과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대감, 전세가격 상승으로 최근 경매 시장은 전에 볼 수 없었던 61대1, 38대 1의 초 경합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에 회복 기대감이 번져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징후들이다. 새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매도·매수자의 눈치보기'로 풀이하기도 한다.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안소형 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호전되는 상황"이라며 "(새정부에) 기대심리가 있으니 매도자와 매수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또 "현재 시점에서는 당분간 기대심리가 유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세적인 전환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인 팀장은 "(서울 아파트 값이) 2년만에 상승세 전환 됐지만 큰폭의 반등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급매물이 소진되는 정도이고….정책 기대감 외에는 (상승세를 설명할 수 있는) 뚜렷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분양가상한제 폐지안 등 정부의 정책 실행이 시급해졌다. 또 온기가 조금 돌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추가 정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