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약1억원의 창업비용을 들여 서울 응암동 서부병원 인근에 감자탕집을 개업한 김창현(42)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음식점을 찾는 손님은 뚝 떨어졌는데, 식재료 비용은 올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게 문을 열었던 지난해만 해도 점심·저녁에 테이블이 두 번 정도는 돌았는데, 요즈음은 한 번 돌리기도 어렵다"면서 "채소값은 계속 오르는데…이익을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 가게에 있는 테이블은 모두 16개. 창업 8개월만에 회전율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자영업자의 현황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이들이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소상공인 체감경기 동향지수(BSI)는 1월 65.5로, 전달인 지난해 12월보다 24.3포인트, 1년 전보다 17.3포인트나 급락했다. 체감경기 BSI의 1월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에 54.4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망도 우울하다. 2월 예상경기 BSI는 83.6으로 전달보다 10.1포인트 떨어졌다.
자영업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로 받아들여진다. 취업자 4명 가운데 한 명꼴인 자영업자들은 빚 부담도 많고 경기에 민감해 우리 경제의 전통적인 아킬레스건이다.
또 자영업의 위기는 퇴직을 앞둔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비상탈출구가 막힌다는 의미여서 문제의 심각성이 커진다. 이미 체감경기 악화로 자영업에서 인력 유출이 시작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만 1000명 줄어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영업자는 2006년 5월부터 5년 넘게 줄었다가 베이비부머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2011년 8월 증가 추세로 전환됐었다. 당시 직장을 그만둔 베이비부머들이 주로 음식·소매업에서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과당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내수 부진 장기화로 자영업 쇠락 분위기가 뚜렷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홍달 소장은 "내수가 이대로 계속 간다면 자영업자들은 언젠가 우리 경제의 폭탄이 돼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제중제중제
자영업 대출에서도 경고음이 나왔다. 대출로 창업에 나섰다가 이자도 못 갚을 처지에 몰린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25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조4000억원 늘었다. 대출 연체율도 덩달아 늘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기업대출 연체율은 0.89%로 전년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연체율이 같은 기간 각각 0.15%포인트, 0.26%포인트씩 올라 상대적으로 연체율 상승폭이 가팔랐다.
조기퇴직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장사가 안 돼 빚만 남긴 채 사업을 접는 '악순환의 그늘'이 깊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연착륙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을 다른 곳에서 흡수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빚 부담 완화는 물론 여가나 문화, 보건복지 분야 등 신규 분야 수요 창출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경쟁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